멸치 덕장
/이선균
흘림체로 몸부림치는
비릿한 인연, 어쩌다
이곳으로 이끌려왔나.
단 한 획의 미라.
고독한
이미지스트.
-이선균 시집 ‘언뜻,’
우리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수족관 속에서 어깨를 비비며 살아가는 인연들이다. 매 순간 몸을 유연하게 흔들며 서로를 파고드는 흘림체이다. 그러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때로 어쩌다 이곳으로 이끌려온 것인가. 이곳에서 무엇 때문에, 왜 이렇게 살아가는가. 하는 물음을 갖는다. 결국에는 덕장 위에 누운 한 마리 마른 멸치처럼 단 한 획의 미라로 남는 우리, 하지만 그것은 단지 눈앞에 보이는 것일 뿐,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는다. 살아생전 누군가의 가슴에 각인된 모습, 그 이미지로 남는 우리는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의 가슴 속에서 언제까지나 살아 움직인다. 그리하여 우리는 단순히 누군가의 눈앞에 보여주기만 하는 삶의 차원을 넘어 어떤 자세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종종 필요하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