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충청·호남권에서 올 겨울 첫 번째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돼 창궐수준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는 2천만 마리에 육박해 거의 재앙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정부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차단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농림축산식품부만의 안일한 대응으로 화를 불렀다. 경기도 역시 AI 감염이 도내로 확산되지 않도록 가금농가와 각 지자체가 철저한 방역관리에 힘쓰도록 했지만 지난 달 양주시 백석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내에서 사육된 AI(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의심되는 닭 1만3천 마리가 전국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에 의하면 지난 18일 파주의 한 도계장에서 폐사한 닭 일부에서 AI 양성반응이 나타난 이후 추가로 양성반응이 의심되는 닭은 모두 17만4천여 마리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AI 확산지역인 이천에서 출하된 1만3천여 마리가 지난 15~16일 사이 수원, 고양, 용인, 평택, 이천, 파주, 대구 지역 등 7개 시 11개 업체에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원인은 방역당국이 이동제한조치를 풀어 유통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AI 확산방지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몇 년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농가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번번이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의 경우 철저한 초기대응과 자위대까지 동원한 방역으로 살처분한 가금류가 80만 마리에도 미치지 못함을 볼 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2년 전인 지난 2014년 살처분한 가금류만 1천396만 마리로 현재 이 기록마저 이미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겨울철 북방 철새가 한반도로 도래하는 시기다. 정부도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했지만 AI 확산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농가의 부실한 초기 대처와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가 부른 결과지만 그렇다고 책임소재만 따질 때가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처능력 향상을 위해 TF팀이라도 만들어 상시 가동을 검토해야 한다. 가뜩이나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 AI 확산방지 대책이 매몰돼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기본적인 매뉴얼을 꼼꼼하게 살펴 재앙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