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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누구’를 위한 ‘헌법개정’인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정국과 맞물려 헌법개정의 논란이 불을 지피고 있다. 때마침 12월27일, 오늘은 특히 남과 북에서 ‘헌법개정’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날이다. 1972년 12월27일, 남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7차 헌법개정에 의한 ‘유신헌법’과 북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6차 헌법개정에 의한 ‘사회주의헌법’이 동시에 공포됐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유신헌법’은 대통령 임기 6년 연장과 연임제한 철폐,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 간선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국회의원 1/3 추천권, 국회국정감사권 폐지 등을 담고 있다. 이는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력집중을 이루고,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적 삼권분립원칙을 전면 부정하고, 비판세력과 정적(政敵)들의 탄압근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제4공화국 박정희 유신독재의 장기집권이 구축되었다.

사실상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쿠테타’로 제2공화국 민주당정부(장면 내각)의 정권을 찬탈한 이후 1979년 ‘10·26사태’로 사망할 때까지 18년여 동안 독재자로 군림했다.

김일성의 ‘사회주의헌법’은 ‘국가주석제’의 신설과 국가주석의 권한 강화, ‘김일성 주체사상’의 지도이념 규정, 내각 폐지 및 정무원 설치, 사회주의적 소유제도의 확립 등을 담고 있다. 이는 1948년 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대체한 것인데 김일성에게 국가의 모든 권력을 종속시키고, 기존의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사회주의보다도 김일성의 주체사상적 사회주의를 절대화시키고, 김일성 수령유일영도체계로 작동시키는 원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부자(三代父子)의 개인독재세습체제가 확립되었다.

이와 같이 박정희의 ‘유신헌법’과 김일성의 ‘사회주의헌법’은 국민과 국가의 권익과 안위보다도 개인과 통치자의 장기독재집권을 위한 헌법개정이라는 공통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개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기본적 질문에 오늘 우리는 무슨 답을 구할 것인가?

불행스럽게도 남과 북은 1948년 헌법의 제정 이후 모두 헌법개정이 ‘국민/국가’보다도 ‘개인/통치자’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더 이상 논할 가치도 없이 김일성 개인독재자의 대를 이은 장기독재집권을 위한 헌법개정을 반복해오고 있다. 남한도 제2공화국(3차-4차 개헌)과 제6공화국(9차 개헌)을 제외하고 제1공화국 이승만의 두 차례(1-2차 개헌), 제3공화국 박정희의 세 차례(5차-7차 개헌), 제5공화국 전두환의 한 차례(8차 개헌) 개헌은 모두 대통령 개인의 독재집권, 집권연장, 장기독재를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헌법개정은 개인이나 어느 정파 및 세력의 권력욕에 의한 정략적 계산보다도 국민과 국가의 요구와 필요에 의한 민주적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그런데 우리 헌정사에서 최장수 헌법으로 자리잡고 있는 제6공화국 현행헌법(1987년 9차 개헌)의 개헌주장이 지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정국 때마다 개헌의 필요성은 늘 제기돼 왔던 이슈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현재 박 대통령의 탄핵정국과 대선일정시기와 맞물려 개헌논의가 국민과 국가의 필요와 달리 자칫 대선후보 개인과 정파의 이해관계로 흐를 위험을 안고 있다. 개헌파를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의 집권유지를 위한 패거리의 짝짓기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집중도를 떨어뜨려 국가정상화를 오히려 방해할 개연성도 높다. 기본적으로 개헌내용의 합의문제, 개헌준비의 시간문제 등을 고려할 때 지금 개헌의 논의보다도 탄핵심판결정, 심판후 대선결과 이후에 새 정부가 출범해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개헌문제를 범정부적·범국민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향이라고 본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개헌논의보다도 박대통령 탄핵심판결정, 탄핵후 대선마무리의 국가제도 정상화에 몰입해야 한다. 어떤 헌법이나 제도나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의 단점보다도 장점을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가는 사람, 지도자의 정치의식이 더 중요한 핵심이다. 이 점에서 현재 개헌주장자들은 박 대통령처럼 지도자가 제대로 ‘헌법/제도’를 준수하지 않고 이를 ‘개인/대통령’이 마음대로 농단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그렇다. “바보야, 문제는 ‘헌법/제도’가 아니라 ‘개인/대통령’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