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4 (일)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이정구칼럼]닭 울음

 

아침 8시, 집 앞동산 나지막한 산길을 걸어 출근을 하면 언제나 수탉이 날씨에 관계없이 그 시간에 목청을 높인다. 그러면 건너편 수탉이 질세라 더 목청을 높인다. 이 산길 냄새는 닭울음과 함께 60년대 초엽 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 때 외갓집에 가면 수탉이 볏단 근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 때의 시골의 찬 공기 냄새와 같아서 흐뭇하다. 언젠가 도올 김용옥 선생이 닭 찬미를 했다. 지금도 닭 찬미는 변함없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해는 닭의 해다. 2017년에는 제발 조류 인플루엔자만이라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 죽어간 무수 무명의 조류들의 명복을 빌면서 새해를 맞이하려고 한다. 그동안 우리가 먹어치운 닭과 달걀이 몇 마리이며 몇 개나 될까. 옛날 집 안 마당에서 노란 새끼 병아리들을 몰고 다니며 먹이를 쪼아주던 붉고 노란 어미 씨암탉을 구경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지금의 닭은 대부분 공장에서 출하되다가 인플루엔자 한 번 돌면 생닭까지 포클레인에 의해 무참하게 땅 속에 묻히게 된다. 얼마 전까지 슈퍼에 달걀이 동이 났었다. 최씨 게이트로 민생문제를 예방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 크다.

성탄을 지내면서 베드로 성인이 떠오른다. 예수를 아냐는 질문에 베드로가 비겁하게 세 번 모른다고 부인할 때 닭이 울었다는 내용이 성경에 있다. 최씨 게이트 청문회 때 최씨를 모른다고, 본 적도 이름을 들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던 등장인물들의 답에 온 국민은 그들의 답과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때 밖에서는 그 어떤 닭도 울지 않았다. 여전히 최씨를 구세주처럼 섬겼던 자들은 숨죽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촛불을 붉은 닭 벼슬삼아 천둥 같은 함성으로 닭울음소리를 대신했다. 지금 국민은 너무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았기에 남북 간에 전쟁이 발생했다고 해도 최씨 게이트보다 더 놀래지 않을 것 같다. 워낙 사건의 전개가 급변하여 또 무엇이 나올지 하루를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이 글도 활자화되면 이미 뒤쳐진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그래도 만고불변한 것은 있다. 원초적이고 유치한 되새김이지만 해가 동쪽에서 뜨듯이 ‘정직하고 착하게 살면서’ 부정과 불의함을 보면 수탉처럼 적시에 울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양육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 때와 적시는 정의롭지 못하고 선한 질서를 파괴하며 사리사욕을 챙기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고 인식하는 때이다. 이번 최씨 일당들을 제외한 많은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보고 언제 소리쳐 울어야 할 적시를 알고 촛불 들고 광화문으로 나온 것이다. 이들은 분명히 교육을 잘 받은 국민이다. 그래서 조국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최순실 공판 때 모르쇠로 일관하는 뻔뻔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성형하고 태반주사 맞은 모습임에도 추악해 보였다. 국내 최고의 법대에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청와대에 입성했던 민정수석은 박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다. 어처구니없었지만 이 답 하나만 정직해 보였다. 존경하는 분을 따라 성공할 만큼 했으니 동반 급 추락하는 길만 남은 듯싶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혐오하는 작가지만 수십년 전 할복으로 자결한 극우 미시마 유키오가 되살아나 오늘의 대통령 최순실 사태를 목격했더라면 박 대통령에게 무어라고 조언을 했을까 싶다. 일본인들에게 배울 것 없다고 하는 자존감 높은 한국인이지만 과거 일본인들이 그토록 자랑하고 있는 사무라이 정신이 떠오른다. 은퇴한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민들 중에 노 대통령을 존경하고 따랐던 국민들은 그래서 지금의 박 대통령의 태도에 더 분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치심도 부끄러움도 없으니 책임감이 있을 턱이 없고 그러니 누군가에게 마녀사냥 하듯 뒤집어씌우고 자신만은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친다. 백만 촛불을 보면서도 변호인들을 앞세워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이 국가원수의 태도라면 더 할 말이 없다.

성경에 보면 죽으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도 최순실도 신앙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종교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신앙인이라면 신앙이 없는 일반시민보다는 눈곱만큼의 양심이라도 더 있어야 마땅하다. 새해에도 닭은 울 것 같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