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지는 종소리
/김수복
화성 용주사 저녁 범종은
가슴 깊이 숨을 들여 쉬었다가
멀리 몸속 항아리들을 내보내는데
아랫마을 사람들 둥근 가슴에까지
소리의 뿌리를 담아 재워서
뜰 앞 모란이 지는
그 슬픈 미소에
그 얼굴을 갖다 대어 보네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던 한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힘들었던 시간들은 멀리 보내고 정유년 새날을 힘차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화자가 들여다본 것처럼 꽃의 향기가 묻은 범종 소리만 들어도 미소가 절로 피어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범종의 소리에 올려진 꿈들은 이루어지고, 근심이나 슬픔들은 깨어지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