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이진욱
마누라 처가 가고 없는 사이
집 밖에서 울던 명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어르고 달래 품어주었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어릴 때 담 넘어 훔쳐보았던 명자
우리 마당을 기웃거리던 명자
얼굴만 붉히던 명자
곁을 조금 내줬을 뿐인데
어느새
내게 둥지를 틀었다
마누라 없는 집이 환해졌다
마누라보다 더 환해졌다
-이진욱 시집 ‘눈물을 두고 왔다’
명자꽃은 키가 작고 수줍은 듯 얼굴만 붉힌 계집애, 마당을 기웃거리는 여자아이를 닮았다. 마누라는 남편 눈치를 살피며 친정에 가고 싶다하고, 남편은 그런 마누라가 처가에 가는 날이 휴가라도 받은 양 가벼워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나보다. 집이 마누라보다 환하다며 능청을 떨며, 누군가에게 곁을 조금 내줬을 뿐이라고 속내를 보인다. 꽃가지를 꺾듯 남자는 추억 저편의 그 여자아이가 어느새 내게 와 둥지를 틀었다고 외로움을 즐긴다. 추억은 아름다운 서정이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