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5 (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낫께서 나를 사랑하사

 

낫께서 나를 사랑하사

/이덕규



풀을 베다가 낫 끝에 손등을 찍혔다

순간, 허옇게 눈뜨는 상처를

와락 감싸 쥐고

팽개친 낫 앞에 두 무릎 꿇은 채

엎드려 여러 번 머리 조아렸다



참으려 해도 손가락사이를 비집고

붉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상처가 아문다는 것은 실명(失明)이거나

곧 죽음이니, 맘 놓고 오래 울어라

눈 감을 때까지 아픈, 핏빛 풍경이여!

 



 

풀을 베는 시간이다. 고요가 고요의 씨앗을 뿌리며 지나가는 사이에 풀 베어지는 소리만 들려온다. 그런데 낫은 무엇을 일러주려는지 손을 찍고야만다. 줄줄 흘러내리는 붉은 상처를 끌어안고 무릎을 꿇고 통증을 위로하는 일. 무릎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가장 낮은 바닥이 되는 시간이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대책도 없이 닥치는 고통 앞에 서게 된다. 그 고통 앞에서 몸부림치다 결국 무릎을 꿇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들여다보면 결국 그 대상들은 어느 날의 ‘나’ 어떤 날의 ‘너’ 어제의 ‘바람’과 오늘의 ‘비구름’들이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것이 생의 요소였고 오래 울 수 있는 내성을 만들었던 것. 이제 무릎은 꽃피는 시간의 관절들을 둥글게 빚는 중일 것이다. /김유미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