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날아온 돌
/이선균
몇억 광년을 거쳐야 저 초록 입체적으로 빛날 수 있을까.
솟구쳐 오르던 물고기 돌 속에 흑갈색으로 굳어 있다. 일순간이 영원으로 흐른다.
오돌토돌 척추뼈의 흔적 점자로 찍혀 있다. 꼬리지느러미에서 머리끝까지 회의주의자는 아니었으리.
떠오르고 싶은 심해어였거나 파도를 들이받던 어족이었는지도 모르지.
평면적인 하루가 서서히 굳어가는 밤
나는, 어느 돌 속에서 굳어진 화석 물고기였을까.
꿈틀, 꼬리 흔들린다. 눈물 없는 눈으로 아가미 한껏 움츠리고.
- 이선균 시집 ‘언뜻’ / 천년의 시작
화석을 바라보면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바라보는 나와 저 물고기 사이의 연관성 혹은 아득한 무엇. 오랜 잠에 빠진 물고기가 다시 깨어나는 상상은 지금 살아있는 자신에 닿는다. 입체적인 움직임에 대비되는 정지라는 평면적인 시간, 우주의 어떤 작용에 의해 한순간 변모하는 생명체, 정지된 시간이 풀리고 움직이던 시간이 정지되는 순환의 방식이 시간의 본질인지 모른다. 그러니 화석이 된 물고기는 두고 온 오래 전 자신의 상징일 수 있다. 물고기는 언젠가 깨어날 것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 온 방식으로. 어쩌면 나 대신 정지된 삶을 대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이름 다른 형체를 빌어 움직이고 정지되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과 영원은 그렇게 이어진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