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42.195㎞를 달려서 결승점에 도달하는 스포츠이므로 오랜 준비와 인내하는 성품 없이는 즐길 수도 없고 완주를 하기도 어렵다. 훈계도 마라톤과 같아서 자녀가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간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훈계는 엄청난 인내를 기반으로 한다. 온몸의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마라톤처럼, 부모는 자녀의 미성숙한 성품이 나타날 때마다 몰려오는 좌절감을 인내해야 한다.
성품훈계란 ‘자녀가 좋은 성품으로 성장하도록 부모와 교사가 좋은 성품으로 가르치고 수정하고 훈련시키는 것’(이영숙, 2005)이다. 성품훈계의 비결은 ‘가르침의 단계’에 있다. ‘가르침’은 자녀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너의 이런 행동은 잘못된 거야. 앞으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문제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좋은 성품을 꾸준히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평소에 좋은 성품을 가르치려면 ‘함께 규칙 세우기’가 필요하다. 규칙이란 여러 사람이 모두 지키기로 약속한 법칙으로, 관계가 깨져있거나 갈등하는 상황에서는 함께 규칙을 만들기가 어렵다. 부모와 자녀가 갈등하지 않고 평온한 상태일 때 규칙이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우리 집에서는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대화로써 풀어가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규칙 세우기’ 과정이 자녀에게 분별력이라는 중요한 덕목을 가르치는 성품 훈련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분별력이란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을 길러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올바른 길로 자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영숙, 2005)이다.
규칙 세우기를 통한 성품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세상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곳이므로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규칙은 이런 사실을 잘 깨닫게 해준다. 특히 청소년기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쉬운 시기여서 규칙을 통해 만약에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다른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
둘째, 규칙은 무엇이 좋은 생각, 좋은 감정, 좋은 행동인지,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청소년들의 경우 대개 직접적인 지적을 받게 되면 곧바로 반발하고 변명한다. 그러나 규칙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셋째, 규칙을 세움으로써 잘못된 행동을 범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미리 계획하고 약속하는 효과가 있다. 자녀에게 문제행동이 보일 때 무엇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오히려 갈등을 더 크게 키운 경험이 많을 것이다. 규칙을 미리 세워두면 이런 상황이 닥쳐도 잘 대응할 수가 있다.
넷째, 규칙은 부모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자녀와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청소년기 자녀와의 갈등은 어찌 보면 부모 자녀 사이의 가치관 싸움이기도 하다. 자녀가 어렸을 때는 주로 욕구싸움에 치중하지만 사춘기 이후로는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두고 갈등한다. 그러므로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의 가치관을 가르치고 지켜야 할 규칙을 세워두면 나중에 세대차이를 극복하는 데도 유익하다.
뚜렷한 규칙을 가진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아무래도 쉽다. 그런데 막상 규칙을 세우려면 막막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자녀들의 언행습관을 되돌아보는 것이 좋다. 한두 주 동안 아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지켜보자. 두 주 정도만 잘 관찰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자녀의 연약한 성품과 강한 성품들이 보일 것이다. 가령 ‘우리 아이가 컴퓨터 사용을 절제하는 게 힘들구나’ 등의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주로 어떤 시간대에 컴퓨터를 사용하는지, 왜 컴퓨터를 끄기 어려워하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다. 아이도 두 주 동안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자신이 생각보다 컴퓨터를 끄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그렇게 두 주가 지난 뒤 그동안 생각한 모든 내용을 자녀와 허심탄회하게 나누어 보면 비로소 어떻게 규칙을 세워야할지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규칙은 결코 자녀를 감시하고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의 한계를 정해 놓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도구일 뿐이다. 규칙을 세운 뒤 자녀들이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할 때마다 칭찬해 주자. 그것만으로도 우리 자녀들의 성품은 한 뼘 더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