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청문회에서 두 세명의 증인들이 돋보였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거침없는 증언은 청문위원들과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기까지 했다. 나아가 최순실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낱낱이 폭로하는가 하면 장·차관과 정치인 등 주변인사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그간의 정황들을 설명해 의혹사건 규명에 큰 역할을 했다. 적나라한 이들의 증언으로 일부에서는 다소 거짓의 의혹도 제기했만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역시 거침없는 증언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증언을 마친 이들 중 고영태씨는 행방이 묘연해진데다 노승일 증인의 경우 신변의 위협을 호소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3일 탄핵심판 변론의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류상영 전 부장의 소재를 찾아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23일 현재 소재를 파악하지 못 했다고 헌법재판소에 통보했다. 이에 앞서 헌재는 고 전 이사와 류 과장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출석요구서 우편송달이 되지 않아 경찰에 소재파악을 요청한 바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씨는 측근과의 전화에서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살려달라고 울먹이다가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긴 적이 있다고 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역시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청문회에서 누군가 계속 미행하고 있다며 최근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적 있다고 진술했다. 김성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도 노씨에 대해 국회경위를 대동해 귀가 때까지 신변을 보호하라고 주문했지만 그 이후 노씨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국회증언감정법 제9조에는 증언 감정 진술로 인하여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는 모호한 규정 외에 획실한 증인 보호대책이 없다. 그래서 신변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의혹규명에 앞장선 증인들은 끝까지 보호를 해주는 게 마땅하다.
증인들의 신변조차 보호를 못 한다면 어떤 사람이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회와 헌재, 특검 등은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사법정의를 실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증인 및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확실한 신변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