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인해 지금까지 닭·오리 등 가금류 3천300여 만 마리가 ‘살처분’돼 매몰됐다. 경기도내에서는 지난해 11월20일 양주에서 첫 AI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후 급속한 확산세를 보여 현재까지 13개 시·군 184개 농가에서 1천549만2천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이로 인해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달걀값 폭등과 닭고기 소비기피현상으로 축산농가와 유통·가공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또 닭·오리 매몰지의 관리 미흡으로 침출수가 유출돼 지하수와 토양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 정부기관이 전국 매몰지 총 434곳 가운데 1만 마리 이상 일반 매몰지(구덩이 바닥에 비닐을 깔고 가축을 묻은 뒤 흙을 덮은 곳) 74곳과, 5만 마리 이상 일반 매몰지 95곳 등 169곳을 점검했는데 48곳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으로 겨울이 지나고 언 땅이 녹을 경우 침출수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우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AI의 확산이 빨라지자 ‘최고 경계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WHO는 고병원성 바이러스 사이의 유전자 교환으로 변종이 새로 태어나 사람 감염까지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각국의 주의를 당부했다. AI는 지난해 11월 이후 40개 가까운 나라에서 창궐하고 있다. 자칫 세계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AI 확산세가 진정되는 듯 하더니 경기도내에서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크다. 지난 20일 김포(메추리)와 화성(산란계)농가에서 잇따라 AI 신규 의심 사례가 신고된 것이다. 부디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명나서 이 지긋지긋한 AI 사태가 이제 그만 종식되길 온 국민은 바란다.
그런데 이번 설 연휴가 조마조마하다. 귀성객과 차량 이동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유동인구로 인한 감염위험이 커지는 설 연휴를 맞아 AI 차단방역에 전력을 기울여야겠다. 지금도 AI 발생지역 공무원들의 노고가 크다. 이들은 매일 교대로 AI 현장의 방역초소에서 방역과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AI 방역작업에 동원되면서 담당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야근을 하느라 피로가 누적돼 있다. 지난 연말엔 경북 성주군 방역공무원이 과로사하는 비극도 일어났다. 공무원들은 이번 설 연휴도 포기하고 출근해 방역작업을 해야 한다.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귀성객들도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활동에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