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500조9천230억원으로, 전년 말(458조7천181억원) 보다 42조2천49억원(9.2%)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총액이 이미 1천300조 원을 넘었으니 5대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 1년이 멀다하고 해마다 100조원 이상씩 폭증한다. 한국은행의 경고와 정부가 여러차례 내놓은 대책에도 속수무책이라는 게 더 걱정이다.
이들 은행 가운데 농협의 경우 작년 한 해 11조1천404억원(14.8%)이 늘어 증가량과 증가율에서 모두 타 은행들을 압도했다.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으로 1조7천억원 넘는 충당금을 쌓았던 농협은 가계대출을 통해 손실을 만회한 것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에 힘입어 4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성장은 평균 9.2%였지만 그만큼 대출의 리스크도 커진다.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가계대출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시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행들은 대출 리스크 관리를 올해 경영전략의 중점추진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원리금의 균등분할상환으로 전환되면서 더욱 그럴 것이다.
문제는 돈을 빌려준 은행도 은행이지만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살려 침체된 경기를 떠받치려는 정부 정책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지난해 말에는 경제부총리를 내정했다가 다시 철회하는 등 경제 전반을 관리감독할 사령탑교체를 둘러싸고 갈팔징팡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 금리가 인상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천명으로 나라 안팎에는 악재만 더 쌓여가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들이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가계대출이 대폭 줄어들 것이 예상되지만 오히려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더욱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의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기에 부동산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빚을 내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던 국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 전망치는 자꾸 내려갈 뿐이다. 가뜩이나 궁핍해지는 살림살이에 천문학적 가계부채를 해결할 묘안은 없을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