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의 노래
/박선욱
봄나물 향 그리워
마을 동무들과 마실 갔던 날
쑥 캐러 가서 설레던 날
나는 철모르는 열네 살 여자아이 였어요
하늘 위 노고지리 바라보며
거벼이 콧노래 부르던 그 순간
누군가 뒷덜미를 잡아 챘어요
억센 손
절그렁거리는 칼 허리춤에 찬
일본 순사의 거친 손아귀가 한 순간에
대바구니 안에 가득 쟁겨놓은 봄을 앗아 갔어요
-계간 ‘문학과행동’ / 2016년·가을호
우리민족의 손에 박힌 아픈 현대사가 강제위안부피해자의 절규다. 시인은 위안부피해자를 그린 영화 ‘귀향’을 통해 당시의 비극과 상처를 시로 노래했다. 아무도 차마 예상치 못한 범죄앞에 망연한 열네살 소녀는 바로 이 민족이 희롱당한 역사요 쉬 회복할 수 없는 아픔의 흔적이 되었다. 봄나물 향기 그리워하는 이 평화로운 소녀에게 제국의 폭력은 가혹했다. 전쟁이 끝났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도 없이 덮기에만 급급하고 억지로 잊으라고 그만하자고 강요하는 비굴한 권력들 앞에 시인은 소녀의 대바구니에 담긴 그 봄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70년 80년 아니 100년이 흘러도 소녀에게 범한 죄는 소멸되지 않는다고, 이제 용서는 더 이상 그들의 몫이 아니라고 함께 울고 있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한일간 합의’를 강요하는 비겁한 권력에 종지부를 찍고 정말 ‘빼앗긴 들에도 봄’을 찾아 주는 새로운 ‘꽃잎의 노래’를 시인은 그리워하는 것이다.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