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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세계문화유산 창덕궁 여행 2탄

 

 

 

햇살은 따스하지만 뺨에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마주하며 창덕궁 여행을 이어가보자.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창덕궁의 금천과 금천교를 만난다. 궁궐의 금천은 다양한 상징을 갖는데 첫 번째가 명당수의 의미이다. 임금이 계시는 궁궐은 명당이어야 한다. 궁궐을 명당으로 완성하기 위해 앞으로 물길을 만들었다. 궁궐 뒤로는 응봉이 자리하고 앞에는 물길을 만들어 배산임수의 지형을 완성한 셈이다. 두 번째는 방화수의 의미이다. 궁궐의 건물들은 모두 목재로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화재 시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물을 퍼 나를 수 있는 화재 진압을 위한 장치가 필요했고, 궁궐의 금천이 그 역할을 했다. 세 번째는 정화수의 의미이다. 금천 위로는 금천교가 가설되고 금천교 위로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임금을 뵈러가면서 정화수에 마음을 씻으라는 상징성이다.

창덕궁의 금천교 아래에는 물길을 감시하는 현무와 해치를 만날 수 있다. 현무는 북쪽에, 해치는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물길을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다.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을 지난다. 진선문 안에는 정청을 비롯해 호위청, 상서원 등의 궐내각사가 위치해 있다. 정청은 지금으로 치면 인사부에 해당하고 호위청은 말 그대로 임금을 호위하는 역할을 한다. 호위청은 인조반정 이후 인조임금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새로 설치한 부서로 호위무사를 채용할 때는 특별히 함경도 출신을 선호했다고 알려져 있다.

호위청 옆에 있는 상서원은 임금의 옥새와 마패 등, 상서로운 물건들을 관리하던 기관이다. ‘마패’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암행어사이다. 마패는 암행어사가 지니는 필수품이었다. 마패에는 말이 새겨져 있는데 1마리에서 10마리까지 새겨져 있다. 암행어사의 마패에는 몇 마리가 새겨져 있을까? 바로 두 마리이다. 10마리가 새겨진 마패는 임금이 사용하던 마패였다. 마패에는 상서원의 기관이름이 찍혀 있어 마패 관리를 상서원에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서원에서 인정문을 지나 창덕궁의 법전인 인정전으로 향한다. 인정전은 나라의 공식행사장이다. 즉위식과 결혼식, 조회 등이 열리는 곳으로 경복궁의 근정전과 같은 곳이다. 인정전 용마루에는 이화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화문양은 대한제국 황실 문장으로 쓰였다. 대한제국 황실과 관련한 다양한 유물에는 이화문양이 새겨져 있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인정전 내부에는 다른 궁궐의 법전과는 달리 전기가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인정전을 지나 집무실인 선정전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선정전은 5대궁궐에서 유일하게 청기와 건물이다. 법전이 아닌 편전, 즉 왕이 신하들과 업무를 보는 이곳에 비싼 청기와를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이 건물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시사한다. 즉 어전회의를 통해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행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선정전을 지나 희정당으로 향한다. 희정당은 왕의 공식 침전이다. 희정당의 입구는 현대의 현관처럼 변경되어있다. 순조황제가 타시던 자동차의 진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변경된 구조이다. 희정당은 왕의 침전이었지만 편전, 즉 업무공간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희정당은 전통의 건물에 다양한 근대문물과 서양식 인테리어들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문도 창호지가 아닌 유리문으로 되어 있으며 탁자와 의자가 있어 입식 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희정당을 지나 대조전으로 향한다. 대조전은 왕비의 공간으로 중궁전이다. 다른 궁궐의 중궁전과는 달리 월대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월대에서 야간행사를 하기에 좋았을 구조이다. 대조전 뒤로는 수랏간과 화계가 펼쳐져 있고 왕세자의 영역인 성정각 그리고 최근까지 왕실사람들이 사용했던 낙선재가 자리하고 있다.

창덕궁은 일자로 쭈욱 뻗은 경복궁과는 달리 눈과 발이 즐거운 궁궐이다. 눈에 들어오는 궁궐의 풍경이 낯설지 않고 편안함을 주는 그런 궁궐이다. 특별히 멀리 갈 시간이 없다면 세계인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 곳, 창덕궁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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