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지진(age-quake)’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저서 ‘에이지 퀘이크’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쯤에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고령 인구가 많아져 세계 경제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엄청난 격변을 겪을 것이라며 경고한 용어다. 그러면서 파괴력이 자연 지진보다 훨씬 크다고 해서 충격을 줬다. 굳이 비교하자면 2011년 일본을 초토화시킨 ‘동일본 대지진’ 수준인 규모 9.0의 강도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세계 각국마다 겪고 있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있다. 1.2명도 채 되지 않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었지만 ‘백약이 무효’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정책도 나와 국민저항에 부딪치기도 했다. 3년 전 ‘싱글세’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게 한 예다. 보건복지부의 관계자가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싱글세라도 거둬야 할 것 같다는 사견(私見)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난리가 났던 것이다. 당시 네티즌 의견은 “돈 없어서 결혼 못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을 내라고?”에서부터 “이러다 노인세, 어린이세, 남자세, 여자세, 100세세, 숨 쉴 때 호흡세?”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다양했다. 뒤늦게 복지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가 이처럼 ‘징벌적 과세’까지 입에 올릴 정도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거기에 부모 세대처럼 ‘가문의 번영’이나 ‘영광’을 요구하거나 강조해 봐도 통하지 않는 사회적 풍조도 만연, 점점 인구절벽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7.3%나 감소하면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합계출산율도 더 떨어져 1.17명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어제(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40만6천300명으로 전년(43만8천400명)보다 3만2천100명(-7.3%) 줄었다는 것.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저출산 정책을 써왔지만 사실상 실패한 ‘성적표’다. 보면 볼수록 걱정이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