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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공존의 미학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말은 중국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국책’에 나온다. 황새가 입을 벌리고 있는 조개 속살을 먹으려고 하자 조개가 입을 다물어 버렸고, 둘이 다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부가 둘 모두 손쉽게 잡았다는 이야기다. 당시 진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때에 조나라와 연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자 사자로 조나라에 갔던 소대라는 신하가 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 말은 옛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 사이의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이기고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 최근의 탄핵정국에서 국론이 양분되어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모습에서 또 다시 이 말이 연상된다. 이 혼란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또는 적대국인 북한이 될까 우려스럽다. 경쟁을 하되 공동의 이익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 경쟁이 지나쳐 공멸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들이다. 요즘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아무리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게 우리의 본성이라지만,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고 국가의 이익과 미래를 못 본다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는 절대 될 수 없다.



공동체가 존속하고 발전하려면 경쟁자들의 존재를 긍정해야

공존을 위해서는 경쟁 상대방의 존재도 긍정해야 한다. 상대방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저 존재를 인정하고, 나와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요즘 삿포로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데, 예컨대 쇼트트랙 선수가 모든 경쟁자가 다 없어지길 바라면 어찌 될까? 올림픽에서 종목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경쟁자가 있어야 종목이 존재하고, 이번에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 더 노력해서 다음에 따면 되는 것이다. 또 쇼트트랙 선수는 다른 종목 선수의 존재도 긍정해야 한다. 쇼트트랙 선수가 피겨를 할 수 없고, 스키선수가 될 수 없다. 각 종목 선수들이 골고루 있어야 올림픽이 존재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국가를 혼자 책임질 수는 없다. 소수가 국가를 주도하여 다양성이 무너지면 국가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 페르시아 ‘왕국’이 그리스 ‘공화국’을 이기지 못했던 이유이다. 더구나 우리는 고대 원시사회가 아니다. 고도로 다원화된 21세기를 살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자기 분야에 충실하고 다른 분야는 그 전문가에게 맡기고 존중해야 한다.



통합의 지도자를 찾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것

탄핵정국에서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상태나 곧 예견되는 재판관 공석상태를 해결하려는 지도자는 별로 안 보인다. 그것이 대선에 도움이 되는지만 따지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실제 이를 추진하는 부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에 다들 당황하면서도 별다른 대응책은 없다. 탄핵은 재판관들에게 맡기고, 재판관과 대법관, 또 장관 등의 공석문제는 대통령권한대행과 대법원장,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 불분명한 헌재소장의 임기나 재판관 공석을 메울 시스템보완에 나서야 한다. 경제관련 수많은 법안심사가 중지되어 있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제의 폐해라면 개헌논의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마치 탄핵결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듯이 온 나라가 기다리고만 있다. 그것도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그렇다. 서로 상대방을 비난만 하고 상대방의 정책에 반대만 하면 국민의 판단력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우연히 만들어진 자기편을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맹신도만 양산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그리스에 패전하는 페르시아 꼴이 될 것이다. 조기대선정국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존의 지도자를 찾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무도 이런 혼란을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 계엄령 선포 시에 당국이 하던 말로, 유행어가 되었던 말이 있다. “국민 여러분 동요하지 마시고 생업에 종사하기 바랍니다.” 지금 국가의 위기는 그 때 같은 내부만의 위기가 아니다. 국가 외적인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묵묵히 실천하는 지도자는 안 보인다. 이러다가 맘에 드는 정치 지도가가 없다고 프랑스처럼 오바마를 차기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올까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