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3월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앞으로 약 2주 간 평의(재판관회의)를 거쳐 최종 선고를 내리게 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그동안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쳐 왔다. 지난달 27일에는 각각 탄핵의 정당성과 부당성에 대한 그동안의 주장을 정리하며 최후 변론을 마쳤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은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기 바란다”며 거듭 탄핵을 주장한 반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중대한 법 위반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을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뒤 3차례 준비기일과 17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핵심 쟁점은 대통령의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권한 남용, 뇌물수수 등 5개 범주로 압축됐다. 헌재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겠지만 그동안 심리 과정에서 빚어진 대립과 갈등에 비춰 ‘선고 이후’가 더 걱정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3·1절인 어제만 해도 그렇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태극기로 쪼개져 탄핵과 반대를 외쳤고 그 분위기는 험악하다 못해 섬뜩한 양상으로 치닫았다. 집회 여기저기에 마치 테러를 부추기기나 하듯 헌재 재판관들의 실명과 얼굴 사진이 내걸리는가 하면 헌재결정에 불복하겠다는 핏발선 구호가 난무했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그 분위기 더욱 심각하리라 예상된다. 이대로 두면 10여 일 뒤 어떤 결정이 나든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선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서로 상대방을 부정하는 반목의 벽을 높이 쌓아올린 상황에선 대선 고지를 넘어 집권한다 해도 반쪽짜리에 머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들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상당수 후보가 헌재 승복을 천명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혹여 대선 입지를 염두에 두고 광장 민심에 기웃거리면서 눈치를 보거나 좌고우면한다면 역시 반쪽 대통령밖에 될 수가 없다. 아울러 각 정당도 사생결단식 대결과 충돌을 막기 위해 헌정 질서가 유지되느냐, 파괴되느냐 하는 비상한 인식하에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