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라는 게임은 지난 1월 24일 국내에 상륙, 한 달 새 무려 1천만명이 게임을 내려 받았다. 전 국민의 5분의 1이 설치한 것이다. 가히 열풍이라 할 만 하다. 이제 서서히 인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아직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포켓몬고는 현실에 디지털 콘텐츠를 중첩한 위치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포켓스톱과 체육관이 있거나 희귀한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장소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초등학생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몬스터 사냥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새로운 문화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사람이 모이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법이다. 포켓몬고가 일으키는 경제 효과를 ‘포켓코노미(포켓몬고+이코노미)’라고도 하는데 기업들이 이에 주목했다. 롯데리아와 세븐일레븐이 제일먼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자체도 나서 지역 내 관광 명소가 ‘포켓몬고 성지’임을 홍보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호수공원 등에 이동식 안내부스를 설치해 주변 쇼핑과 먹거리, 관광지 등을 연계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들의 방문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포켓몬스터 캐릭터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수원시내 곳곳에도 포켓몬고 게임 마니아들이 찾는 이른바 ‘성지’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수원화성 시설물들과 화성행궁이다. 본보 보도(3월2일자 1면)에 의하면 1일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행궁 앞 광장과 화성과 관련된 곳곳의 시설물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었는데도 사람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수원화성 곳곳이 포켓몬고 포켓스탑으로 지정되어 있어 게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포켓스탑의 설명이 엉터리로 돼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오류가 심각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팔달구청 앞 정원에는 ‘채로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이 정자는 정조시대 체재공이 화성에 머물 때 묵었다는 별장의 이름을 따 온 것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채로정을 ‘세계 문화유산의 어두운 면’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포켓스탑 중 하나인 화성행궁 광장과 행궁 사이 ‘홍살문’도 ‘열녀문 in 북수동’이라고 돼있다. 왕이 행차하는 화성행궁 앞에 열녀문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 이밖에도 많은 오류들이 있으므로 행정당국은 게임사에 시정요구를 해야 한다. 게임사도 즉각 받아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