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운동선수들은 수업시간에 볼 수가 없었다. 대학입학 예비고사에서도 체육특기자들은 떨어지는 일도 없었다. 한국에서 운동선수는 ‘운동 아니면 없다’, ‘1등 아니면 안된다’라고 할 정도로 치열했다. 엘리트 스포츠 지상주의가 낳은 결과다. 어떻게 보면 한국 스포츠가 세계에서 지금의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체육특기자 선발을 둘러싼 논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려고 운동부 학생들을 배제시키는 사례, 체육계 입시비리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당정이 2011년 일정 수준의 성적에 도달한 경우에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 학력제’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지만 유예기간을 두어 그동안 시행이 미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부터 C학점 미만인 선수들에 대해서는 경기 출전이 금지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는 7일 학업 성적이 나쁜 운동선수는 올해부터 대학리그전 출전을 금지키로 했다. 직전 2개 학기 평균 학점이 C미만인 선수가 이에 해당되므로 2016학년도 1·2학기 평균 학업 성적이 C가 되지 않는 선수는 올해 상반기 KUSF 주최 대학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그전이 펼쳐지는 농구와 축구, 배구, 핸드볼 등 4개 종목이다. 이번 KUSF의 조치에 따라 올해 가장 먼저 리그를 시작하는 농구에서는 6명의 선수가 상반기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는 등 앞으로 있을 배구 축구 등에서도 대회에 못 나오는 선수들이 속출하게 됐다.
이는 초중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최저학력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학교체육진흥법 시행 규칙의 유예 기간이 만료돼 올해부터 최저학력제도가 시행토록 됐다. 초등부의 경우 학교 평균의 50%, 중등부 40%, 고등부 30% 이상 점수를 얻은 선수만 경기에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등부는 국어, 영어, 사회 과목의 점수를 따지고, 중등부는 이 세 종목에 수학과 과학 과목까지 추가된다. 그동안 있어왔던 운동선수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취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정유라의 승마특기자 비리입학에서 보듯이 매년 1만명 넘는 체대 입시생 5명 중 1명이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되는 것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이 또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비록 엘리트체육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이제부터라도 정착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