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3 (토)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법이야기]그리스 신화 속의 적폐청산

 

그리스 신화의 많은 영웅 중 헤라클레스가 있다. 그의 모험 중에 ‘축사 청소’가 있다. 축사 청소라는 밋밋해 보이는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 속 영웅담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헤라클레스는 엘리스라는 나라의 왕 아우게이아스의 엄청나고 크고 더러운 축사를 청소하라는 과업을 받고 하루 만에 그 과업을 완수하였으나, 아우게이아스와 축사 청소에 관련된 보수를 흥정하였음을 이유로 그 과업을 인정받지 못했다.

괴물 또는 악당과의 한판 승부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헤라클레스가 엘리스를 쳐들어가 점령한 후 약속을 어긴 아우게이아스와 그의 아들들을 죽이는 후반부 장면이 관심을 끌 법하다. 그런데 헤라클레스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우게이아스의 죽음이 이야기의 결론은 아니다.

이야기는 헤라클레스가 헤라여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과업수행의 일환으로 축사를 치워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우게이아스와 보수를 흥정한 뒤에 일을 마쳤으므로 순수한 과업수행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부패와 악의 화신인 아우게이아스에 대한 응징이 주요 뼈대가 되었다면 영웅의 모험담 수준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데 신이 헤라클레스가 내린 과업은 축사 청소였다. 아우게이아스에 대한 응징은 신의 과업이 아니었다.

헤라클레스가 엄청나 크기의 축사 청소를 단 하루 만에 해결한 방법은 그의 근력과 완력에 있지 않았다. 그는 축사의 벽에 구멍을 몇 개 뚫은 뒤 알페이소스 강과 페네이오스 강의 강물을 끌어들여 청소를 끝냈다. 그는 두 개의 강물을 축사에 유입하기 위한 작업에 그의 힘을 사용했다.

신은 헤라클레스에게 오물과 악취로 불모의 땅이 되어버린 땅을 정화하라는 과업을 내리지 않았다. 축사를 없애버리라는 과업을 지시하지도 않았다. 신은 헤라클레스에게 문제의 대상이 된 축사의 ‘배설물’을 치우라는 구체적인 과업을 지시하였다.

아우게이아스 축사는 천 마리가 넘는 가축의 배설물을 30년 동안 한 번도 치우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인근의 토지도 오물과 악취로 불모의 땅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신은 문제 해결의 실천적 과업을 지시하는 걸 선택했다. 과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땅의 정화라는 최종적 목표가 아니라 축사청소라는 구체적 좌표를 과업으로 제시했다. 축사 파괴나 아우게이아스의 죽음이 아닌 축사 청소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헤라클레스는 부여받은 과업을 현명하게 해결했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거나 과용하지 않았다. 정화의 원천은 강물이었고 영웅의 힘은 활용과 연결에 집중되었다. 단 하루라는 시간의 제약을 그는 잊지 않았다.

적폐청산이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지시할 과업은 무엇이고, 그 과업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인의 선택은 무엇일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