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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희망의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며칠째 마음이 무겁다. 예측했던 결과라고는 해도 막상 탄핵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무언가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은 잠시였고 지고 있던 짐보다 더 큰 무게가 들어앉는다. 대치정국은 그들의 해법대로 각각의 주장을 하고 광장의 민심도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협치를 바라는 언론과 각계의 말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갈라진 마음을 봉합하려는 노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현장에서 사상자가 나오는 불행한 사태가 생겨나고 있다.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요즈음의 심경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강요당한 절망의 겨울을 지내면서 보여주는 사물의 모습들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음처럼 겨울을 건너는 나무도 있고, 눈보라 속에서도 푸른 잎을 거느리고 겨울과 맞서는 침엽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생존의 방법일 뿐 누구도 옳고 그르거나 우열을 다투지 않는다. 다들 저마다의 삶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협동보다는 경쟁을, 격려보다 시기를 보이는 생명체는 사람의 무리가 아닌가 싶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 해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기의 주장과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 논에 물을 대고, 내 자식이 일류대를 가고 어떻게 해서라도 남보다 높은 자리에 가기를 열망한다. 그렇게 살기 위하여 자신을 돌아볼 여가를 갖지 못한다. 오로지 숨이 턱에 닫도록 바쁘게 달리고 있을 뿐이다. 바쁜 게 좋다는 말을 인사처럼 주고받으면서도 정말 무엇을 위해 바쁜지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낮추고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어찌 보면 지금 이 나라 안에서 가장 마음이 무거울 것 같은 사람도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던 결과가 이런 결과를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아성찰을 통해 잘못을 반성하고 진심어린 사죄를 했더라면 선량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용서받고 화합할 수 있는 그래서 다시 한 번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참담하기 그지없다. 마치 내가 죄인으로 대중 앞에 선 느낌이다.

하늘도 무게를 덜려는지 빗방울을 뿌린다. 오후부터라는 예보는 빗나갔고 나는 비를 맞으며 마른 풀을 들춘다. 초록을 잃고 죽은 들풀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새 움을 품고 기른다. 숨이 끊어진 어미가 죽어서도 눈을 맞고 바람을 막아주며 자신을 닮은 새싹을 기다린다. 실낱같은 뿌리도 언 땅을 헤집어가며 쉬지 않고 물방울을 찾아 마시며 어둠에 쓰러지지 않고 햇발이 순해지기를 기다린다. 발에 밟히는 들풀의 삶도 끝없는 내리사랑으로 생명을 이어간다.

처참한 역사를 딛고 대선의 날은 올 것이다. 봄의 절정에 치러지기에 장미선거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마른풀처럼 죽은 어미가 되어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아름다운 장미는 가시나무에서 핀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그때야 비로소 이 강토에 희망의 봄을 맞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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