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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부치지 못한 소포

 

부치지 못한 소포

                                                 /박병두



밤새워 포장한 일들이

눈물로 채워졌다

월급 한 푼 두 푼 모아두었다가

남들은 집도 장만하고

승용차도 장만했건만

나는 병중이신

내 어머니께 드릴

허기진 내의 한 벌 준비했다

언제나 갈 수 있을까?

(중략)



매일 출근 하던 날

우체국 앞으로 왜 못 갔을까

어머님을 곱게 포장한 관(棺)이

수취인 불명의 깊은 지하로 어둡게 내려갔다



-박병두 시집 『해남 가는 길』(고요아침, 2013)


 

모든 시인의 서정과 상상력의 원천은 어머니로 출발한다. 시집 전편에 흐르는 박병두 시인의 노래는 모성과 귀소의 둔주곡이 되어 어머니의 ‘독수공방’과 ‘이방인’이 되어버린 시인과 ‘봄날의 이별’이 ‘흐르고 또 흘러’ ‘그리운 이름 하나’ 로 ‘해남으로 가는 길’이 펼쳐져 있다. 아프지만 지울 수 없는 아름다운 그 길을 노래한 ‘부치지 못한 편지’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그저 마음뿐이 아니라 내 몸을 보여드리는 일인 것을 새삼 고백하지만 결국 다 보여드리지 못했던 회한(悔恨)과 그리움으로 머무르고 말았다, 눈물로 채워진 마지막 소포는 다름 아닌 시인이 준비한 허기진 내의 한 벌이었다. 내의 한 벌의 이미지는 어머니의 가슴과 자궁을 대신 느끼고픈 혹은 그리움의 원천을 보호하려는 서정이 시속에 녹아있다. 그러나 그 소포는 불귀의 사모곡이 되어 버린 수취인 불명의 아픔이 되어 버렸다. 부치지 못한 사랑, 그 작은 소포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시인의 내면에 아프고도 따뜻한 고향노래로 남게 된 것이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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