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9 (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이영숙칼럼]무기력한 아이 탈출 비법

 

미국의 심리학자 도널드 히로토(Donald Hiroto)는 두 개의 집단을 나눈 뒤 헤드폰을 쓰게 하고 소음을 들려주었다. 이때 한쪽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소음을 멈출 수 있지만 다른 한쪽은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소음이 멈추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양쪽 모두 버튼의 작동이 정상적으로 되도록 해서 마음만 먹으면 소음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바꿔놓지만 이미 버튼이 쓸모없음을 경험한 한쪽 집단은 실험이 끝날 때까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즉 자신이 이미 경험한 무기력의 영향으로 소음을 견디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깨닫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학습된 무기력은 이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요즘 청소년들 가운데는 무기력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에서 수업이나 교우관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꿈을 물어도 ‘몰라요’ 또는 ‘노는 거요’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이런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학습된 무기력’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크게 3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부모와 교사의 ‘억압을 동반한 권위적인 태도’ 때문이다. 억압을 동반한 권위적인 태도는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고, 아이들의 행동을 자주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자발적 동기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또한 습관적으로 부족한 점을 강조함으로써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부각시킨다. 이런 경험들이 결국은 실패가 두려워서 미리 포기해버리는 무기력한 아이들을 만들게 된다.

둘째,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욕구를 무시하거나 방임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기본욕구가 있다. 즉 인간은 자신의 꿈이나 목표, 가치관을 선택하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을 선택할 자유를 원한다. 공동체 속에서 소속감을 갖고 싶어 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구도 있다. 자신의 고유한 인격을 존중받고 싶어 하며, 재미있는 일을 추구하여 삶의 동기를 만들기도 한다. 피곤할 때 쉬고 좋은 음식을 먹고, 안락한 환경에서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욕구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근원적 존재를 추구하는 욕구도 잠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욕구가 부모와 교사의 방임으로 충분히 충족되지 않을 경우 습관적인 무기력에 빠져서 성취감을 얻고 영위하기 어렵다.

셋째, 성공해본 경험의 부족 때문이다. 아이들은 너무 어려운 과제를 부여받아 실패한 경험이 많은 아이들은 실패가 두려워 도전 자체를 꺼린다. 또 너무 성급하게 성취하려다가 지쳐버리거나 거절당한 경험이 많을 때도 무기력에 빠진다.

그러면 무기력이 습관이 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첫째, ‘균형 잡힌 양육태도’가 필요하다. 균형 잡힌 태도를 가진 어른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좋은 생각, 좋은 감정, 좋은 행동을 갖게 된다. “네 생각은 어떠니?”, “좋은 생각이야”라고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물어보고 격려하는 태도는 아이들 속에 잠재돼 있는 열정을 깨우게 한다.

둘째, 좋은 성품, 창의성의 성품을 계발해야 한다. 창의성이란 모든 생각과 행동을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창의성의 성품은 지금까지의 무기력한 습관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시도해보는 것이다. 실패감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새로운 생각·감정·행동을 조금씩 스스로 체험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셋째,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해보려는 아이의 의지를 적극 지지해주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여 성공해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쉽게 무기력해진다. 작은 일이라도 부모의 강요나 지시가 아닌, 자발적 선택으로 해보려고 할 때는 격려해 주자. 좋은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경험이 축적되면 자신감 있는 아이로 변한다. 일상생활에서 “오늘 무엇을 입을까”, “방과 후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등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여 성공한 경험을 맛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기력도 습관이고 좋은 성품도 습관이다. 매일의 일상에서 오늘 내가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경험과, 친밀한 대화를 통한 소통들, 자녀의 존재에 대한 감사와 아이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우리 자녀들을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자신감 있는 미래를 열어가도록 돕는 원동력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