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약동하는 봄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신문이 주최하는 ‘수원화성돌기’ 행사가 올해 벌써 열 세번째를 맞았다. 수원화성행궁광장을 출발하여 팔달산으로 올라 성신사 서장대 장안문 연무대 봉화대를 돌아보는 행사다. 둘레 길이 곳곳에 개발되는 때에 화성돌기 코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안성맞춤의 둘레길이다. 지난 15일 아침 일찍부터 화성행궁광장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유네스코가 1997년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직접 걷고 또 정조대왕의 숨결을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실학자 정약용의 축성기술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지혜의 숨결을 느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가 수원이라는 것도 알았고, 수원화성은 우리나라 최초로 공사실명제가 도입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중국과 일본 등 동남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성곽구조와 적의 침투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지혜가 담겨 있어 성곽축성의 백미(白眉)임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성곽순례가 끝나고 행사장인 화성행궁광장에서는 학생들의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가수들의 공연 등을 지양했다. 학생들 스스로 힙합댄스공연과 노래자랑 등을 통해 스스로가 참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참가학생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참가자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텔레비전 냉장고 등 푸짐한 경품이 제공돼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수원화성은 조선 중기 이후의 역사 유적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매력적이고도 풍성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문화자산이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행사에서도 7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았다. 주요 행사 방문 만족도는 5점 기준 4.01점(5점 매우 그렇다, 1점 전혀 아니다)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수원에 살면서도 아직 수원화성을 돌아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수원화성 돌기 행사가 계기가 되어 고장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수원화성이 앞으로 문화체험의 장으로서, 수도권 관광유적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화성성역화 사업의 완성을 위해 정부와 문화관광부의 지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행궁주변 한옥마을과 체류형 관광벨트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수원화성 돌기 행사가 수원시의 대표적인 문화아이콘으로 자리잡기 위한 선결조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