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 이끌고 투표장 찾아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퇴촌면사무소 투표소를 찾아. 이옥선(90) 할머니는 투표를 마친 후 “일본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투표했다”며 “당선되는 대통령은 일본에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반드시 받아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아흔을 넘긴 나이에 병세가 깊어 투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옥선 할머니 이외에 박옥선(93), 김군자(91), 하점연(95) 할머니는 오후 2시쯤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
“새 대통령 세월호 진상 규명을”
○…“세월호 관련 공약을 반드시 실천해주세요.” 세월호 생존학생들은 생애 처음으로 갖게된 투표권을 행사하며 새 대통령에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으로 현재 대학생인 A(20)씨는 “제가 투표한 후보도 세월호 관련 공약을 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우선으로 왜 이같은 사고가 일어났는지 명백히 밝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며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상처난 나라 아물게하는 투표”
○…“뼈에는 금이 가도 우리나라에 금이 가면 안 되잖아요” 오른쪽 발목에 깁스를 하고 수원시 파장동 제5투표소를 찾은 노경미(49·여)씨는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왔다”라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인만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아 투표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상처난 대한민국이 아물 수 있는 길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에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사전 투표자는 동명이인’ 밝혀져
○…남양주에서는 동명이인이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전산 입력되는 탓에 50대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이날 오전 8시30분쯤 남양주 와부읍제4투표소를 찾은 B(58·여)씨는 본인 이름으로 이미 투표가 완료됐다는 안내에 화들짝 놀라. 안내자로부터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신월5동 사전투표소에서 이미 투표를 했다는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B씨는 동명이인의 사전투표 사실을 파악한 선관위의 뒤늦은 통보를 받아.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사무원의 실수로 체크가 잘못됐다. B씨가 퇴근하면 투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과도한 선거업무 파김치” 하소연
○…한 투표소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 나오기도. 수원의 한 투표소에서 안내를 돕고 있던 동주민센터 직원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사전투표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로 인한 역기능으로 많은 공무원들이 선거 준비에만 치중함으로써 정작 자신의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 이어 “보통 선거일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해야하는데 각 세대별 전·출입 신고에서부터 실거주자 확인, 투표 당일에는 투표장 안내까지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전투표까지 도입되면서부터는 강도가 더 해졌다”라고 답답한 속내를 내비쳐.
품에 안은 자녀에 투표이유 설명
○…“이렇게 도장을 찍으면 저녁에 대통령 아저씨가 짠~하고 나올 거야” 5세 남짓한 유아를 품에 안고 투표장을 찾은 한모(32)씨는 ‘아빠, 종이에 낙서하는 거야?’라고 묻는 아이의 꾸밈없는 질문에 “아빠가 이렇게 도장을 꽝하고 찍으면 아기가 자고 있을 때 꿈나라에 대통령 아저씨가 짠하고 나타날 거야”라고 설명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며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미래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한표를 행사했다”라고 투표에 참여한 배경을 밝혔다.
접경지·서해 5도민들 투표 열기
○…파주와 연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접경지 마을 주민들도 오전부터 투표소를 찾아.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위치한 파주 대성동 마을,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은 장단출장소 투표소에서 자신이 정한 후보자에게 표를 던졌고, 백령도와 연평도 등 최북단 서해5도 주민들 역시 오전 일찍 투표소를 찾아 뜨거운 투표 열기를 보여. 은금홍 연천군 중면 횡산리장은 “이른 아침부터 선관위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모시고 투표장을 찾았다”며 “규제가 많은 민통선 지역은 농사를 짓기 어려운데 당선자는 이런 분위기를 바꿔줬으면 한다”고 밝혀. /지방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