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에 사설을 통해 장안구 상·하광교동 광교저수지 일대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이 46년간 규제로 겪어온 불편과 재산상의 피해가 엄청남을 언급했다. 그리고 상수원보호도 중요하지만 지역공동체의 일원인 주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증축과 생계를 위한 음식점 영업에 제한을 받아왔기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광교 정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해제를 수원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상광교동 주민들이 무리수를 둔 것 같다. 주민들은 이곳에 거주하는 고은 시인에게 광교산을 떠나라고 요구하면서 시인의 집 주변에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규제 때문에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시인에게 조례까지 만들어 가며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수원시의 의도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2013년 8월 19일 지금의 상광교동으로 이사했다. 고시인은 안성에 20년 넘게 살아왔는데 수원시의 꾸준한 설득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이다. 수원시는 문화와 역사, 인문도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고은 시인을 모셔오면서 광교산 자락의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의 예우를 했다. 이에 화답하듯 시인은 수원시와 시민들을 위한 시를 쓰고, 강연도 하면서, 국내외의 큰 행사에 참석해 수원의 이미지를 높이는 등 지역에 기여해왔다. 수원으로 이사한 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광교산 등 수원지역, 수원의 역사에 관련된 시만 수십편을 썼다. 국제적인 상복도 터졌다. 이탈리아 국제시문학상(2014), 마케도니아 국제시축제 황금화관상(2014), 로마재단 국제시인상(2017) 등을 수상했다.
시인 자신은 연연하지 않는다지만 머지않아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가능하다는 게 문학계의 예상이다. 이렇듯 ‘삼고초려’를 통해 모셔온 세계문학의 거목에게 나가라는 말은 경우에 어긋난다. 일부에서는 광교정수장 해제 문제를 두고 수원시와 갈등 관계에 있는 주민들이 아무 관련이 없는 고시인을 이용해 시를 압박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어쨌거나 이번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85세의 노시인이 수원을 등지는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수원시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