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돈봉투 만찬에서 문제가 된 돈봉투는 결국 특수활동비였다. 합동감찰반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전 지검장은 돈의 출처가 특수활동비였음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 돈은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던 특수활동비가 검찰로부터 터져나와 가뜩이나 총장이 공석이고,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검찰로서는 망신이다. 검찰로부터 불거졌지만 각 부처마다 편성된 특수활동비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 활동이나 기밀유지를 필요로 하는 수사 등을 위해 배정된 예산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에 맞도록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금으로 지급되는데다 영수증도 필요없고, 사용처를 알리지 않아도 되는 ‘눈먼 돈’이다보니 금일봉, 회식비, 생활비, 여행비 등으로 전용(轉用)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특수활동비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는 18개 부처가 역대 최고액인 8천870억원이나 사용했다. 국가정보원이 4천86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넘게 썼고 국방부(1천796억원), 경찰청(1천293억원), 법무부(29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수사나 정보활동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국회, 감사원,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기관에서도 특수활동비가 왜 필요한지 의아할 따름이다.
심지어 국회에서도 의장,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들의 국회 보직 활동 경비로 지급되고 있다. 보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활동하는데 경비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사용하라는 지침도 없고, 국회사무처에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의 사후 정산절차도 필요 없다. 어디에 쓰는지 본인만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국회운영위원장 시절 생활비로, 신계륜 전 국회의원의 경우는 자녀 유학비로 썼다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이 문제가 거론됐지만 결론은 없었다. 특수활동비는 그동안 잘못된 관행이다. 당연히 청산의 대상이 된다. 이번에 검찰의 돈봉투 회식 사건으로 불거졌지만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더이상 눈먼돈이 돼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콩나물값을 몇 백 원 깎느라 실랑이하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국민이 낸 세금은 올바르게 쓰여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