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63회 현충일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국군장병들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추념식과 참배행사가 국립현충원을 비롯한 전국의 충혼탑에서 거행됐고, 기업·단체·가정 등에서는 조기를 게양해 숭고한 넋을 기리기도 했다. 정부도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고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감사를 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현충일과 6·25 전쟁, 그리고 호국보훈의 달은 우리 주변에서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1960~1970년대만 하더라도 호국보훈의 달에는 학교에 등교해 추념식을 갖고 순국열사와 6.25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웅변대회로 불을 뿜기도 했다. 현충일이나 호국보훈의 달 6월만이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념하고 그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겠다는 다짐들을 하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다졌다. 그러나 최근 초·중·고교생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보여주듯이 현충일이 무슨 날인지, 6·25전쟁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분간하지 못 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6.25 전쟁도 그냥 지나간 역사의 일부로 인식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뭐든지 쉽게 잊어버린다. 인간에게 망각의 기능이 있기에 슬픔과 분노의 기억을 잊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에게 베푼 것은 잊는 게 좋지만 도움받은 것을 잊는다면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6·25 참전용사가 그들이다. 한국전쟁 67년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너무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참전용사들은 가족과 고향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름 모를 고지에 영혼을 묻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며 어머니, 아버지들은 절규했다. 그들이 나라와 민족을 끈을 잇기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던졌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는다는 건 은혜를 저버리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들에게 주는 혜택은 월 18만원의 수당과 병원비 60% 할인이 전부다. 민주화운동유공자나 천안함, 연평해전 용사들에 비교할 수도 없다. 젊은 시절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분들에 대한 예우가 이쯤된다면 창피할 정도다. 정부가 해마다 수 십조의 복지예산을 쏟아붓지만 나라를 지켜준 이들에게는 고작 몇 백억원이다. 정부나 국민 모두 낯부끄런 일을 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직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국가유공자들의 희생정신에 보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