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김다솜
이사 왔을 때는
베란다에서 안방에서
새벽마다 소꿉장난하듯 소리 들렸다
한 이십여 년 듣다보니 소리가 다르다
콩, 콩, 콩 마늘을 찧는 듯한 소리
칠십년 된 기계도 녹슬어서 그런지
허리, 다리, 아픈 소리 들리는 벽, 벽
그녀의 새벽기도 모닝콜처럼 듣는다
이른 새벽 발라드 음악처럼 듣는다
아래층, 옆집, 위층 벽에서
들리는 기계들의 녹스는 소리
- 시집 ‘나를 두고 나를 찾다’ 중에서
아파트마다 층간소음으로 불화가 잦다. 세탁기 돌리는 소리, 청소기 들리는 소리,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들이 인내의 한계치를 넘어서면 이내 이웃 간 충돌로 이어지곤 한다. 과거 시골에서는 사방에서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나, 닭들이 온 동네 시끄럽게 꼬꼬댁거리는 소리나, 동네 아이들 제아무리 악을 써대도, 그것이 곧 사람 사는 동네려니 탓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층간 소음을 받아들이는 시인의 마음이 거룩하다. 그에겐 이웃의 소음으로 이웃을 읽는다. 세월을 읽고 세상을 읽는다. 참 따뜻하고 현명하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