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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현금없는 사회

 

한국은행은 지난 4월 20일부터 ‘동전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씨유(CU), 세븐 일레븐, 위드미, 이마트 및 롯데마트 등 5개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편의점, 백화점, 슈퍼 등 2만7천여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업내용은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산 뒤 거스름돈은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지급수단에 적립할 수 있다. 잔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해 나중에 물건을 사거나 지하철 요금 결제시 활용하면 된다. 적립가능한 전자지급수단은 매장별로 다르다. 씨유에서는 티-머니, 캐시비, 하나머니 등에 적립할 수 있고, 세븐일레븐은 캐시비, 네이버페이포인트 등이 가능하다. 위드미와 이마트에서는 에스에스지(SSG)머니, 롯데마트(백화점, 슈퍼 포함)에서는 엘포인트에 적립할 수 있다. 신한카드 등 다른 선불사업자들도 전산시스템이 정비되는 대로 참여할 예정이다. 적립금이 늘어나면 편의점이나 은행의 자동입출금기에서 현금으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전(주화)은 996년 고려시대의 건원중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조선시대의 상평통보와 일제 강점기의 은화 등을 거쳐 현재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및 500원 등 6종의 주화로 이뤄진 동전 구성에 이르기까지 1천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동전이 우리 화폐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인 것이다.

한국은행은 ‘중장기 지급결제업무 전략(Vision 2020)’을 통해 ‘동전없는 사회’를 구축할 계획인데 그 이유는 국민들의 동전 사용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면서 한국은행의 동전제조비용(연평균 600억원) 및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액 결제망이 매우 잘 갖춰져 있고, 거의 모든 국민이 금융기관에 결제계좌를 가지고 있는 등 기술적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어서 동전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동전없는 사회’의 시동을 거는 단계에 있지만, 유럽 주요국들은 이미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소매점이 현금결제를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고, 대중교통의 현금결제를 중단했으며 성당과 교회의 헌금도 15%까지만 현금으로 기부할 수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2030년까지 현금없는 사회로의 이행을 완료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예금잔액 범위내에서 돈을 쓸 수 있는 직불카드 형태인 ‘핀 카드’가 대표적인 지불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현금거래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현금을 받지않는 가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비현금 거래의 증가는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정부의 세입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현금결제 비중이 50% 이하인 국가의 GDP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12%인 반면, 현금결제 비중이 80% 이상인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는 32%로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없는 사회에서는 동전과 지폐발행에 드는 비용이나 소비자와 기업이 현금사용에 지불하는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금을 매개로 한 범죄(강도, 뇌물수수, 밀수, 도박 등)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현금없는 사회로의 이행은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금없는 사회가 불러올 단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비현금 거래는 전자적인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포브스는 ‘현금없는 사회는 모든 돈을 국가의 통제하에 놓인 계좌에 넣어두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따라서 합법적인 현금거래나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개인 및 전자결제 인프라가 열악한 벽지나 기술적응력이 낮은 계층을 배려하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높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발전 속도 등을 감안해보면 경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이라는 관점에서 현금없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현재 북유럽 국가들이 시행중인 현금없는 사회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유의하면서 전자거래와 관련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보호하고 개인의 기술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추진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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