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
/노혜봉
시신기증 카드에 복사해 놓은
어머니,
얼굴이 화사하다
천국행 차표도
선뜻 남한테 건네주었을
어머니의 품새
살아생전 85세,
올올한 결심.
봄나들이 찬란한,
콧잔등에 코티 분 향내음이
묻어날 것 같은 온기,
잘 마른
장미 꽃잎의 날개가 가비얍다
오래 묵힌 찰나가 찬연하다.
-시집 ‘좋은 好’
지상에서의 마지막 사진이라면 영정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시신기증 카드에 복사해 넣은 사진입니다. 그렇다 해도 그 사진이야말로 영정 사진과 다름 없겠지요. 영정 속 사진은 화사할수록 슬픕니다. 시인의 어머니는 시신기증 의지를 관철할 만큼. 천국행 차표까지도 선뜻 남에게 줄 만큼 품새가 넉넉하셨으니 사진을 들여다보며 떠올리는 여러 정황들이 얼마나 절절하겠습니까. 그러나 시인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절제된 미적 감각들을 동원해 어머니의 삶을 가만히 들추어봅니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은 잘 마른 장미꽃잎에 비견될 정도로 가벼워지셨군요. 분명 천국의 날개를 단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오래 묵힌 찰나’가 주는 촌철살인의 시적 형용이 찬연합니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