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조심 하세요
/권석창
숙이와 나는 헤어지기 위해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의 눈은 젖어 있었고
슬픈 노래가 타향으로 흘렀다
우리가 헤어짐은
몸이 나뉘는 것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것
이렇게 서로 만남도 부질없는데
일러둘 말인들 있을까마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그대가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몸조심 하세요
나도 부질없이 이렇게 말했다
몸조심하세요.
마주한 사랑이 애틋하다. 더구나 헤어지기 위한 만남의 자리라면, 가슴이 먼저 젖은 연인을 앞에 놓고 무슨 말인들 할 수 있을까. 담담한 척 찻잔을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무릎이 떨리고 있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노랫말은 연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눈물겹도록 애잔하다. 마주한 시간의 흐름이 고요히 젖은 눈망울을 만들어 내고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서로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부질없음과 허망함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헤어짐은 몸이 나뉘는 것, 같은 생각으로 별을 바라볼 수는 있어도 연인의 숨소리는 들을 수 없는 이별. 더구나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몸조심 하세요’란 힘겨운 이별의 인사말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꽃들을 암기했을까 얼마나 많은 밤들을 깨트리며 건넜을까, 지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애틋하고 따듯한 이별의 인사말 ‘몸조심 하세요’. /정운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