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장
/조재학
유리문이 닫힌 저것을 나는
그릇장이라 부른다
닫혔다는 말에는 왜
부패의 냄새가 나는 것일까
갇힌 것들은 나름 거리를 두고 있다
그 사이에 그릇의 적막이 어둠처럼 고여 있다
언제 들어갔는지 파리 한 마리
유리문을 차며
날개를 휘젓는다
문은 끄떡없다
벽시계가 제 유리 안에서
팔을 휘젓고 있다
-시집 ‘날개가 긴 새들은 언제 오는가’에서
닫힌 문 안에서는 어떤 것도 살아있지 못한다. 닫힌 것 안에서는 시간조차도 죽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닫힌 것 안에는 어둠만 갇혀 있고 그 안에서는 부패의 냄새가 풍겨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작용이 없다 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닫힌다는 개념 속에는 보존과 보관의 개념도 충분히 들어는 있다. 하지만 아무도 함부로 들여다 볼 수 없는 닫힌 공간에 대한 부패 우려가 더 크고 두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