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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고등어자반

 

고등어자반

/김영탁

바닥 생을 숨 쉬며

난바다를 헤쳐 다니던 고등어

노릇노릇 구워져

그대 밥상 위에 한 도막

불꽃으로 피어나던 고등어

아버지 어깨와 팔뚝 허물 벗던 여름처럼

뼈와 살을 버리며

가없는 바다로 나아가고 싶었네



속살까지 숙성시키는 냉장실에서

그대의 손 닿으면 흐물어질까 봐

이제 곧, 다가올 그대의 끼니를 위해

뎅강 잘린 머리와 비워낸 가슴 가만두고

몸은, 난바다 물살 헤치던 몸짓의 추억 속에

불꽃으로 피어나는

나, 자반고등어

-김영탁 시집 ‘냉장고 여자’

 

 

 

지금의 생활이 난바다 속을 헤쳐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해초나 암초처럼 예상치 못하는 상황들은 언제 출몰할지 모르고, 벼락처럼 다가오는 급물살들도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중심을 잡기가 어려울 때가 많지 않은가. 잡아먹을 듯 고래나 상어 떼라도 출현하는 날에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만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는 또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한다. 밥상 위 고등어처럼 살았던 아버지.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대’를 위해 노릇노릇 구워질 수 있을까. 이성(머리)과 감성(가슴)을 모두 자르고 비워내어, 난바다의 추억 속에서 ‘그대’를 위해 불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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