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회사에서 경력을 쌓다 퇴사하신 분이 계셨다. 경력을 살려 취업을 할려면 조선회사 취업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최근에 국내 조선산업의 상황이 좋치않다보니 재취업의 길이 막혀버린 상황이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 퇴사 후 재취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 같다.
상담과정을 통해 재직 시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하여 활용 가능한 분야를 찾아 보았다. 필자는 최근 반도체산업분야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고 상담자가 갖고 있는 설계 역량이 어필 가능할 수 있으리란 판단 하에 반도체 설계분야로 목표를 설정할 것을 조언했다. 다행히 그 분도 관심을 가져주었고 직무 목표를 수정하여 중소 반도체 장비회사 취업에 성공하였다.
그 분이 회사 업무 이외의 시간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경제 상황이 어떤지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도 미리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고 준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퇴사 이후 공백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기업에서의 선호도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구직기간이 길어짐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실제 조선업 분야는 올해 채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선 빅3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조선업의 수주전망도 좋지 않다.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신규 채용은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더욱 암담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주력 산업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수출 주력산업인 조선, 철강, 석유화학 분야의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이고 전자와 자동차 분야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수출시장에서 1위 품목 수가 한국은 정체 또는 감소하는데 비해 중국은 뚜렷한 증가추세라고 한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오히려 역전된 분야도 증가하고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은 이러한 경제상황의 변화, 주력산업의 상황, 관심 기업의 실적 변화 추이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국내 경제상황의 변화가 가파르고 변화가 많은 시기에는 작년 1천명 채용했다고 올해도 그 정도 규모의 채용이 이루어지리란 보장이 없다. 경제구조와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 산업 재편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잘못된 판단으로 재취업을 위한 준비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책 경제연구소, 대기업 계열 민간연구소에서는 매년 11월이면 내년 국내 및 세계경제전망과 관련된 자료를 발표한다. 다양한 산업에 대한 분석자료도 공개가 된다. 중·장년 재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자료들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신문의 경제면은 꼼꼼히 읽어봐서 내가 관심 있는 기업의 사업전망과 신규 투자계획, 산업현황 및 전망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가 있는 곳에 일자리가 있다. 이 말은 굉장히 단순한 말이지만 진리이다.
경제분석 보고서와 경제신문 정독을 통해 떠오르는 산업과 사양 산업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는 산업 분야로 재취업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확률적으로 재취업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신문 읽기를 혼자 하기가 부담스러우면 재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과 함께 취업스터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산업의 재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내가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재취업을 준비했던 산업 분야의 미래 전망이 안 좋을 수도 있다. 이제는 취업준비에서 자격증 공부만 열심히 하고 자기소개서만 열심히 작성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경제상황과 주력 산업의 변화 흐름을 파악해서 신규 채용이 많이 이루어지고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분야가 어디인지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