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한번 뒤채고는 오리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자녀들에게 과잉보호의 시대라고 합니다. 자식을 하나 둘 밖에 낳지 않으니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라는 허울로 아이들을 점점 나약하게 키우고 있는 현실입니다. 주도적이지 못한 삶,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서도 의존하는 삶의 형태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듯이 어미독수리는 새끼독수리에게 먹이를 직접 입에 넣어주지 않고 절벽아래 땅바닥에 놓아두고 다시 하늘로 올라갑니다 새끼들이 날기 위한 훈련을 가르치기 위해서 12번이나 반복했으나 새끼 독수리들은 겁을 먹고 날아오르지를 못하자 어미독수리는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소리로 새끼 독수리를 둥지 밖으로 몰아냅니다. 스스로 날아올라 생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강인함을 가르치려는 것입니다. 먹이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먹이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합니다. 거대한 파도 앞에서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 진정 자식들을 강인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은 냉정해져야 할 것입니다. /정운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