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과정에서 모 후보자의 막말이 국민들의 비판을 받은 바도 있지만 정치인들의 막말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도 사람인지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여과되지 않은 거친 언사를 쏟아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막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키기 위한 위험한 의도가 아니라면 아마도 수양(修養)을 덜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막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막말은 끊이지 않는다.
요즘은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광명을,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 이 의원이 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친 X들”이라고 표현하며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별 게 아니다.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취재 후기를 인터넷 기사로 소개하는 ‘취재파일’을 통해서다. 이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모욕했다며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의당 차원의 공식사과와 이 의원 제명 등 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광명 하안동에 있는 이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모욕한 이언주 의원을 규탄했다. 노조는 이 의원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한 노동자들을 ‘나쁜 사람’ 취급했다며 분개했다. 아울러 이들을 급식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인 것처럼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인건비’로 책정된 것이 아니다. ‘사업비’와 ‘운영비’ 속에 포함돼 있기에 노동자 취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게다가 저임금과 차별, 고용불안, 근골격계 질환 등 골병드는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미친X들’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업신여긴 것이다.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 이 의원을 공천해 당선까지 시켰던 자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의원은 SBS취재파일 발언과 관련, “사적인 대화를 여과 없이 당사자 입장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 상처를 입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누구나 소신을 피력할 수 있다지만 국정을 논의하는 정치인들의 말은 정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