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은 삼복 중 첫 번째 복날인 초복이었다. 삼복 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다. 따라서 예로부터 더위를 먹어 몸이 쇠약해지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닭·개 등 육류나 장어, 민어 등 영양가 높은 음식들을 먹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복달임 음식은 삼계탕이다. 지난 12일 초복날엔 전국 곳곳에서 ‘삼계탕 잔치’가 벌어졌다. 주로 노인들이나 저소득층,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환경관리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다.
각 동 주민자치회나 통장협의회를 비롯한 주민·사회단체, 봉사단체가 주최하지만 개인이 전액 자비를 들여 하는 경우도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고성주(64)씨가 그 사람이다. 그는 무려 40년이란 세월 동안 초복달임 삼계탕을 손수 끓여 지역노인들을 대접해왔다.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그것도 20~30마리가 아니다. 매년 300마리씩 끓여내고 있는데 올해는 무려 500마리나 준비해 대접했다고 한다. 그의 삼계탕은 널리 소문이 나 지동뿐만 아니라 인근 우만동, 인계동, 매교동 등에서도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삼계탕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료라는 것도 있겠지만 맛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 맛의 정체는 정성이다. 소족과 소꼬리를 가득 넣고 다시마와 대파 뿌리, 배, 엄나무가지, 황기 등을 넣고 24시간 고아 육수를 만든 후 양파와 감자를 넣고 다시 24시간 끓인다. 꼬박 불앞을 지켜야 하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삼계탕의 맛이 뛰어난 것은 당연하다. 식사를 마친 노인들이 통을 들고 와 삼계탕 육수를 받아갈 정도다. 올해 그의 초복 삼계탕 봉사는 유난히 힘들었다고 한다. 10일 전 왼쪽 손가락 한마디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접합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성치 않은 상태에서도 오히려 평년보다 더 많은 삼계탕을 준비한 것이다.
이런 그의 정성에 감동한 이웃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동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과 주민자치위원, 기동순찰대원들과 매년 초복에 삼계탕 봉사를 한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찾아와 도와준 것이다. 고성주씨는 소중한 우리문화 유산인 경기안택굿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경기안택굿은 흥미로운 사설과 춤, 소리 등 복합예술이자 소중한 우리문화 유산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지방 무형문화재 지정이 계속 거부되고 있다. 그의 신상에 이상이 생기면 단절되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그의 지극한 이웃사랑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