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사고 폐지 논란을 보면서 이런 조치는 문화다양성을 침해한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폐지보다는 일반고를 더 다양하게 키우자. 교육다양성을 포용해야 우리의 교육문화가 4차 산업혁명기에 알파고를 상대할 일반고 학생을 배출할 수 있으며 다양성 포용이 ‘교육-유연안정성(Edu-Flexicurity)’의 바탕이 될 것이다.
개성과 다양성을 키워주면 차별로 보이던 것들이 긍정적 차이였음을 알게 된다.
모든 지식의 속성은 그물망처럼 얽힌다는 뜻의 ‘리좀(Rhizome)’의 특성과 더 미세한 잔가지가 계속된다는 뜻의 ‘프랙탈(fractal)’의 속성이 있는데, 각각의 사람마다 앞으로 선행하는 지식과 속으로 파고드는 깊이가 다르기에 선행학습 금지법도 자사고 폐지도 지식의 속성과 두뇌의 속성에 맞지 않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선행지식이 과목별로 다르다. 그래서 무학년제로 더 쉽거나 더 어려운 교실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행지식 습득 방법이다. 일반고 아이들의 두뇌를 신나게 만드는 혁신으로 자사고를 비웃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신나는 공부는 원래 ‘리좀’과 ‘프랙탈’ 구조의 지식망 속에서 마음껏 방랑을 할 때 생긴다.
창조적 혁신가를 연구한 심리학자 마빈 아이젠슈타트(Marvin Eisenstadt)는 자사고 폐지보다는 왜 일반고 혁신이 더 우선인지 증명했다.
그는 가난한 집의 우수한 아이들이 무슨 이유로 더 혁신적인 인재가 되는지를 연구했는데, 혁신가 699명을 보니 놀랍게도 그들에게 나타나는 혁신의 공통적 저력이 불우한 가정과 조실부모였다.
부유층 자녀가 자사고에 갈 확률이 높으니 창조적 혁신가들은 일반고에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가난한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맞벌이로 바쁜 부모로부터 보다 덜 관리 받는 동안 자기결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선택의 경험들을 하는데, 이 경험이 혁신력의 근본이 된다.
이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관련된 현상인데 배고픔 중에 먹는 음식과 자기결정성은 도파민 회로를 강화시킨다.
그래서 도파민이 만드는 저돌적 추진력은 가난한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강하다. 또 어려서부터 부모의 일을 돕는 노동을 했기에 인내심도 더 강하다.
이들은 중산층 이상의 교육열이 높은 부모가 없었기에 비합리성과 비친화성을 간직하고 자라다가 그 두 속성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무모한 용기와 혁신의 씨앗이 된다.
자기결정적 환경은 예측능력도 강화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고의 다양한 역동성 부재로 잠재력을 펼칠 기회 잡기가 어렵다.
반면 어렸을 때 천재 소리를 듣다가 기대에 부응 못하며 성장한 사람들을 연구한 심리학자 딘 키스 사이먼턴(Dean Keith Simonton)은 그 이유가 혁신에 이르기에는 너무 전통에 순응했던, 부자일 가능성이 높고 교육열도 높은 가정의 경험 때문에 상상력이 줄어들었다고 결론내렸다.
부유층 자녀들이 고등학교에서 우수할 가능성이 많지만 그들이 꾸준히 국가의 창의성을 높인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공교육 혁신은 일반고의 발 빠른 창의혁신이 최우선이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부유층 자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자리를 선점하면 진짜 창의적 인재가 자리 잡지 못하면서 국가적 잠재력 낭비가 생기고 이어서 부익부빈익빈과 저성장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차별을 금지하는 방식의 자사고 폐지는 오히려 사교육비가 많은 아이들이 창의적 인재라는 가면이나 환상을 만들게 된다.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지금 공교육 현실의 긍정적 해결책은 일반고에다가 자사고를 압도하는 ‘다양성+수월성 교육’을 통해 대다수의 두뇌들이 무기력과 좌절에 빠지지 않고 개성 발휘로 시작한 특별함에 이르게 하는 혁신이다.
‘선행학습 금지법’과 유사한 조치인 자사고 폐지가 아니라 일반고에 ‘개별 맞춤교육 제공법’을 만들어야 가슴 따듯한 혁신가들인 ‘개천의 용(龍)’들이 나온다.
가난을 경험한 사람이 지도자로 성장해야 더 따듯한 창의성으로 모든 양극화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