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책 가운데 하나는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북측에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 남북관계는 꽉 막혀있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놓으라는 것이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7일 북측에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국방부는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우리 측의 제의를 북측이 받아들여 회담이 개최되면 현재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 양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확성기방송 중단 문제와 우리 측 민간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북 전단 살포 중지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남북군사회담과 함께 남북적십자회담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갖자고 제의했다. 남북 십자회담에서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열릴 수 있다.
물론 이는 북측이 우리의 제안에 응했을 경우에만 가능한 얘기다. 사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 회담을 제안하리란 예상은 가능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신 한반도 평화비전’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고 10·4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넘어야 될 산이 많다.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고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이후엔 판문점 적십자 채널과 서해 군 통신선 등 남북 간 통신선도 모두 단절됐다. 남과 북의 대화 채널이 모두 끊어진 것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혹시라도 우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무력충돌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 채널의 복원이 시급하다. 우리 측의 제안에 북측이 호응해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남북 간의 살얼음판 같은 긴장상황이 오래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북측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한 만큼 이번 제의에 적극 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