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정책협의회가 지난 26일 출범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 첫 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으며 새 정부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부정부패 척결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총장이 참석하는 데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코드 사정’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대강 비리와 자원외교 비리,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비리를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지난 25일 ‘노 전 대통령 부부싸움 후 자살’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을 고소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 부인과 아들이 수백만 달러를 받은 게 허위 사실인가”라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자칫 부정부패 수사가 전직 대통령들을 향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 탄핵돼 투옥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극도의 정치적 혼란을 겪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바 크다.
물론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는 없다. 부정부패와 연루된 사람이라면 누구든 처벌을 받아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부정부패와 연루돼 있다면 철저하게 밝혀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사를 놓고 여야가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국익을 위해 과연 옳은 일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임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때다. 전직 대통령들의 수사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다거나 과도한 논란을 벌이는 것은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MB 수사를 요구한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제와서 MB를 고소했다. 검찰도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MB측도 “결과를 정해두고 몰아가는 정치보복 아니냐, 국정원의 기밀자료까지 동원해 까발리면 남아날 정부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라가 위중한 시기에 과연 모든 부처가 적폐청산에 매달려야 하는 것인지 속도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