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원전공사 재개 여부가 일반시민들이 참여한 공론화위원회가 최종 결정했다. 공정률 30%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재개하되,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을 백지화한다는 것이 결정의 요지다 그래서 정부는 이를 토대로 탈원전 로드맵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중대 정책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의사결정 구조와 절차는 비록 최선은 아니었지만 바람직한 정책결정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정부는 중요한 정책들을 결정하는 과정에 정책입안가,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은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가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는 동시에 정책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는 판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건설 재개를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초 탈원전을 이유로 공정률 29.5%, 1조6천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원전 공사를 세우고 공론에 부친 것 자체가 애초 무리이기는 했다. 국가 예산 46억원과 건설 참여업체 손실만 1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3개월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만 낭비한 꼴이다.
공론화 기간 동안 건설 중단 측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건설 재개 측은 공론화의 법적 근거를 일절 인정하지 않는 등 갈등이 계속돼 왔다. 지역 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속에 원전 해외 진출도 차질을 빚었다. 20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가 무산될 처지다. 사우디는 2032년까지 원전 17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사우디뿐 아니라 영국 베트남 체코 케냐 등 세계 시장에서 원전 수출 길이 막힐 것이라고 한다.
이제 탈원전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고할 시점이 됐다. 몇몇 환경단체의 입김이 작용한 탈원전 대선공약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때 원전 중단이나 축소를 선언한 세계 각국은 속속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방한한 미 마이클 셸런버거 ‘환경 진보’ 창립자는 엊그제 “케냐가 한국에 원전을 발주하려다 러시아로 돌아섰고, 영국은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컸는데 이제는 재고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탈원전은 그래서 재고해야 할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