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에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이 있다. 1993년부터 평생교육에 공헌한 전 세계 인사를 매년 선정해 헌액(獻額)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2007),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2008), 최운실 아주대 교수(2010), 고 황종건(2013) 전 명지대 교수 등 4명이 입성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지웅(77)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영도(58) 수원제일평생학교장이 국내 5·6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수원시와 아주대학교가 26일 아주대 종합관에서 개최한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 헌정식에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 헌정식은 25∼27일 수원시가 수원 이비스 앰버서더호텔에서 개최하는 ‘유네스코 제6차 세계성인교육회의 중간회의’ 연계행사다.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 헌액은 ‘세계평생교육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치 영예로운 일이다. ‘참스승’이라고 불리는 정지웅 명예교수와 박영도 교장이 평생교육에 바친 열정을 보면 이 헌액이 결코 과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정지웅 명예교수는 ‘한국 평생교육의 1세대’로 불린다. 40여 년간 수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농촌 사회를 발전시키고,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교육, 문해(文解)교육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책과 칠판 글씨를 읽지 못할 정도로 선천적으로 눈이 나빠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문해 교육에 더욱 관심을 두고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에 사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회교육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1988년 전국 농촌 마을 여성 대상 표본조사 결과 15세 이상 농촌 여성의 52%가 한글을 잘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문해교육에 더 몰두했다. 1989년 창립한 한국문해교육협회 부회장을,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박영도 교장은 ‘야학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1983년부터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야학교사로 활동해왔는데 제자가 3천5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다. 1983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 ‘야학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그날 저녁부터 야학교사가 됐다.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하면서도 야학교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1995년 현재 수원제일평생학교와 인연을 맺었는데 얼마 후 다른 교사들이 모두 떠난 학교를 혼자 지키며 지금까지 교사이자 교장을 맡고 있다. 우리 사회를 바꾸는 뜻깊은 일을 한 두 사람의 생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