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이 밝힌 평화 실천 5대 원칙은 새정부가 출범한 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립한 안보정책의 큰 방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그대로만 실현한다면 남북이 평화 공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실현 5대 원칙을 천명한 만큼 주변 조건이 녹록지 않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당장 미국 행정부 내에서 거론되는 대북 군사옵션의 실체를 파악하고 수위를 낮추는 것이 급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군사적 옵션을 거리낌 없이 거론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경우, 미국에 대한 공격이 직접적이고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지면 헌법 2조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쟁선포권이 의회에 있지만,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국가를 보호하도록 한 헌법 2조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도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상·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 승인 없이 대북 선제타격을 못 하게 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한 것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SR)이 지난달 27일 ‘북핵의 도전, 군사옵션과 의회 이슈’라는 제목으로 발행한 보고서는 북핵대응 7개 옵션을 제시했지만 하나같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거나 한반도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돼 있다. 군사력은 그대로 두고 외교·경제 압박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됐으나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의 군사옵션은 어떤 것이든 한반도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지금으로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군사옵션을 실행했을 때 초래되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달 7∼8일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좋은 기회이자 평화실현 5대 원칙의 첫 시험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의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고 국회연설도 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내놓는 대북메시지가 우리의 대북정책과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서울의 현실을 그대로 느낄 다른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