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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별 이야기

 

별 이야기

                                          /문복희


별은 본디 씨앗이다

향기 없는 풀씨인데

벽공에 깊이 박혀

밤에만 싹이 난다

황홀 속

찢어지는 아픔

불꽃 튀는 새싹 탄생


더 이상 갈 곳 없는

노오란 은행잎이


올라가면 별이 되고

떨어지면 눈(雪)이 된다

바람도

이걸 다 알고

나뭇가지 흔든다


 

어떤 생명이든 탄생에는 반드시 사랑의 에너지와 고통의 에너지가 동반에서 일어난다. 모든 인생은 우주의 별처럼 빛나기 위해 태어난다. 그 빛은 본래 씨앗이었고 그 씨앗은 어둠이 오고서야 비소서 싹이 나는 빛이다. 시인의 첫 번째 ‘별이야기’는 황홀 속 찢어지는 아픔과 함께 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문복희 시조의 파라독스(paradox)가 파격적이거나 엄숙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 않는 생명탄생의 오래된 섭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새싹(별)이 꽃(빛)으로 피어가는 여정은 그리 녹록치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생명의 섭리는 누구나 탄생과 함께 제 수명을 다하는 종착점을 향해 간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인생 또한 언젠가 예외없이 가을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고 마침내 땅으로 떨어져야 할 때가 있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노오란 은행잎’이 운명처럼 주어진 우리의 인생이라면 올라가면 별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문복희 시조에서 발견되는 구원의식의 발로(發露)다. 그냥 떨어지면 눈(雪)이 되어 지상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살림’이 있게 하는 생명의 뿌리로서 영혼의 회복이 이루어진다면 그 생명은 다시 별이 되어 죽지 않고, 빛을 발한다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노래하고 있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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