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는 `명탐정 셜록 홈스'보다 `괴도 루팡'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더욱이 총이나 폭탄을 동원하지 않고 치밀한 두뇌 플레이와 절묘한 콤비 플레이만으로 거액을 터는 데 성공하는 모습은 통쾌감마저 안겨준다.
15일 개봉할 `범죄의 재구성'(제작 싸이더스)은 한국영화로는 2000년 `자카르타' 이후 모처럼 관객과 감독의 두뇌 싸움을 벌이게 만드는 본격 범죄 추리물. 할리우드의 `오션스 일레븐'을 충무로식으로 그럴듯하게 `재구성'했다.
이야기의 얼개는 사기범 일당이 모여 멋지게 `한탕'에 성공할 때까지의 이야기와 사기범 일당이 이 돈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의 두 단계로 나뉜다.
사기 전과로 출소한 최창혁(박신양)은 대한민국 금융계의 심장부인 한국은행을 털 계획을 세우고 사기꾼의 대부로 불리는 김선생(백윤식)을 찾아간다. 여기에 떠버리 얼매(이문식)와 제비 김철수(박원상), 그리고 위조 기술자 휘발유(김상호)가 가세한다.
사기의 핵심은 당좌수표를 감쪽같이 위조하는 것. 1996년 구미에서 발생한 미제의 한국은행 사기사건에서 착안했다. 은행 직원과 현금 호송원으로 위장한 4명은 액면가 50억원의 가짜 당좌수표를 들고 한국은행 지점에 들어선다. 김선생은 비밀 아지트에서 지휘하며 한국은행 직원의 전화를 따돌린다.
50억원을 들고 유유히 은행 문을 나서던 중 의문의 여인이 제보전화를 해오고 경찰의 추적이 시작된다. 서명을 위해 한국은행에 남아 있던 얼매는 뒷문으로 내빼다가 자동차에 부딪혀 붙잡히고 승용차로 달아나던 최창혁은 차와 함께 언덕 아래로 추락한다.
수사를 맡은 차반장(천호진)은 얼매를 취조하며 휘발유까지 붙잡는 데 성공하고 제비의 시체까지 찾아내지만 김선생과 돈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한편 김선생의 동거녀 서인경(염정아)은 최창혁의 형 최창호가 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타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접근한다.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탄탄한 구성에 짜임새 있는 줄거리. 관객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화면이 빠르게 전개되는데도 여러 상황들이 마치 시계 속의 톱니바퀴처럼 이가 잘 맞아돌아간다.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최동훈 감독이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다만 차반장이 최창호에게 별 혐의를 두지 않는 것은 석연치 않다. 관객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최창호의 비밀을 눈치챌 수 있으나 경찰은 끝까지 헤매는 것으로 설정하다보니 몇가지 무리수를 낳아 후반부의 진행을 다소 삐걱거리게 만든다. 차반장이 최창호 소설의 애독자였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보인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도 돋보인다. 1인2역을 맡은 박신양은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상반된 캐릭터의 형제 역을 무난하게 소화해냈고 뒤늦게 스크린에 뛰어든 염정아도 지난해 `장화, 홍련'에 이어 완전히 자리잡은 느낌. 백윤식과 이문식을 비롯한 조연들도 개성적인 연기로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배우들이 능청스럽게 주고받는 사기꾼들의 은어도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웃음을 자아낸다.
"김선생 손 끊었잖아?"라고 묻자 "나 수술해서 다시 붙였어"라고 대꾸하거나 "접시는 돌리시고?(사기친다는 뜻)", "제가 아직 레지던트라 전문의들의 도움이 쪼끔 필요합니다", "청진기 대보니까 진단이 딱 나온다. 시추에이션이 좋아", "오뎅국물을 짬뽕국물이라고 팔아먹는 게 나야" 등의 대사들은 개봉과 함께 유행어 반열에 오를 만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18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