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가 비상이 걸렸다. 최근 입학원서 접수를 마감한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의 올해 입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인천하늘고 등 전국 7개교의 평균 경쟁률은 1.74대1로 지난해(2.04대1)보다 하락했다. 대학 진학 실적이 상대적으로 높아 지역 단위 자사고보다 선호도가 높은 이들 학교의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중학교 3학년 학생수의 감소를 가장 큰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중3(2002년생)은 모두 45만 9천900여 명으로 지난해(52만5천200여 명)와 비교해 12.4%나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을 들 수 있다.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현실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달 중순쯤 원서접수를 마감할 경기도내 외고 자사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들의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해에도 경기도내 외고 등은 수원외국어고교가 2대1의 경쟁률을 보였을 뿐 대부분 2대1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계 고교와 입시 전형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하는 등 혼란이 우려돼 올해부터 아예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특목고의 우선선발권을 없애 이들 학교로 우수학생이 쏠리는 것을 막아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조치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고교서열화를 없애는데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과학고 영재학교는 우선선발권을 유지하게 이들 학교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 현실화한다면 과학고 영재고의 인기는 더욱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지 중학생부터 갈피잡기가 어렵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 우수학생들을 중심으로 우선선발권이 유지되는 이들 학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수목적고교는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한 보완책으로 태어났다. 수월성 교육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교육부가 또다시 고교서열화 폐지와 일반고의 공교육 정상화를 내걸고 추진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단계적 폐지가 또다른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교서열화를 문제 삼아 수월성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수능개편 유예를 발표한 것처럼 백년대계의 현장에 혼란을 주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