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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칼로의 나비를 그리다

 

칼로의 나비를 그리다

/정영숙

철제 코르셋에 그려 넣던 그녀의 나비들
그녀는 얼마나 훨훨 창공을 날고 싶었을까
침대에 누워 천정의 거울 속을 들여다보며
심장의 붉은 피로 철제 코르셋에 그리던 나비들
지진이 난 것처럼 한순간
206개의 뼈가 흔들렸던 그녀의 몸
32번의 수술을 하고도 창공을 날아오를 꿈을 꾸던
불굴의 나비가 되고 싶다
순수 영혼의 알록달록한 나비들을 내 심장에 그리고 싶다
해와 달을, 그녀가 태어난 대지를 가슴에 품고
사랑하는 디에고를 이마에 백호처럼 그려 넣고
영원을 날고자 했던
불사조, 붉은 나비들
목뼈에 금이 간, 내 거울 속 지도에 불러 보아
그녀가 간 길을, 천만 번 백만 번 따라 그리며
내 굳어진 심장의 코르셋을 푼다.
- 시집 ‘볼레로, 장미빛 문장’

 

 

 

프리다 칼로, 그녀의 그림에선 늘 섬뜩한 선혈이 뚝뚝 듣는다. 소아마비, 최악의 교통사고, 수십 번의 수술,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여성편력, 세 번의 유산 등, 인간으로서 감내할 수 없는 극한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자의식을 일깨운 혁명적 전사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화가가 꿈이었다는 시인의 명화감상평은 이미 독보적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 고통으로부터 피어난 피의 꽃이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칼로의 예술세계는 곧 시인에게도 동일시되며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 시를 쓰는 행위와 매치된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칼로의 불굴의 나비는 내게 통증인 이 굳은 심장의 코르셋을 풀고자 하는 욕망의 나비로 치환되는 것이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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