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신중년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빨리 직업을 갖고자 서두르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노후 준비가 안된 신중년은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듯이 급하게 경력목표를 설정하고 준비하다 보면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시행착오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년에겐 치명적이다.
신중년 경력설계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차분하고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는 신중년 경력설계에 있어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칠 것을 권하고 싶다.
첫째, 자신의 인생 2막에 있어서 ‘일’, ‘직업’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신중년 인생2막 경력설계 목표는 일반적으로 생계형, 생계와 사회공헌의 혼합형, 봉사형, 여가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둘째, 자기분석과 노동시장이해가 필요하다. 신중년은 사는게 바빠서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정리해보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변의 평가도 들어보고 적성검사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신중년이 개별적으로 노동시장 흐름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일자리전문가를 통해서 경력상담을 받아 볼 것을 추천한다. 고용센터,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 등에서 상담이 가능하다.
셋째, 자기분석과 노동시장 분석을 통해 경력목표를 설정한다. 경력목표를 설정한 후에는 바로 준비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경력목표가 정말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검증과정을 갖는 게 좋다. 검증은 자신이 설정한 경력목표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자와 인터뷰를 해보길 추천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 후 관련 업에 종사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바로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 실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는 현업 종사자를 만나서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보는 게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경력목표와 잘 부합하는지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엔 기회가 되면 직·간접적으로 관련 업무를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봄으로써 업무내용과 업무에서 필요되는 역량 등이 정말 자신과 잘 맞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최근 정년을 앞둔 신중년 여성분을 상담했다. 이 분은 최근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서 요양원이 많이 증가하고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보고 정년 퇴직 후 요양보호사로 인생2막을 시작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필자가 상담했던 신중년 여성분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잘 파악했지만 자신과 잘 맞는 직업인지에 대한 고려는 충분하지 못했다. 사실 요양보호사는 강도 높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 소모가 필요한 직업이다. 필자가 상담했던 여성 분은 육체적으로도 왜소했고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만큼 정신적으로 단련되어 있다고 판단되지도 않았다. 필자는 그 여성분에게 주말에 시간이 있을 때 요양원에 직접 가서 요양보호사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볼 것을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경력목표에 따른 구체적인 준비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경력목표를 설정해도 늦지 않다. 청년 구직자들의 경우에는 1~2년 시행착오를 거쳐도 회복하기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시행착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정신적 성숙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하지만 신중년의 시행착오는 가족의 생계, 자존감 하락, 빠른 시대변화의 흐름을 놓치게 되어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경력목표를 설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훨씬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