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김동호
오늘은
빈 독 채우는 날
천리향 만리향
꿀 이슬을
해와 달이 조히 받아
꽃-항아리에
꼭- 꼭- 눌러 담는다
찰랑찰랑 차오르는
오지항아리
이제 내일부턴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것이다
- 김동호 시집 ‘단맛 뜸들이는 찬바람’에서
사람은 남녀가 꼭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떠날 자리에 반드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여서는 빈 독이나 다름이 없다. 그곳에는 아무 것도 담을 것이 없다. 그래서 빈 독 채우는 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지없는 축복을 보낸다. 우리의 새로운 미래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만큼이나 그리고 현재만큼이나 밝을 것이다. 결혼은 계속되어야 한다. /장종권 시인